따이궁은 왜 '중국판 실리콘밸리' 선전으로 몰려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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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9-1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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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짝퉁 휴대폰 성지'에서 '면세 화장품 유통허브'로 떠오른 '화창베이'

  • 한국 대신 화창베이로 몰려드는 따이궁…하이난 면세점 매출도 웃돌아

  • 대부분 한국 면세점 재고물량···시중 절반가 판매

  • 한국 면세점 화장품 재고 해소의 유통채널로···中면세점에 '위협'도

#'중국판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화창베이(華强北) 거리에 위치한 밍퉁청(明通城) 상가몰. 총 2개 동으로 이뤄진 이곳은 매일 새벽 1~2시까지 북적거리는 인파로 불야성을 이룬다. 대형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여기저기서 가격을 흥정하며 면세 화장품을 싹쓸이해 담는 보따리상, 일명 '따이궁(代工)'들이 대부분이다. 하루에만 100만여개 화장품 소포가 트럭에 실려 전국 각지로 운송된다. 소포 개당 값어치를 100위안어치로 계산하면 하루 최소 1억 위안, 한달새 30억 위안(약 5200억원) 거래가 현장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최근 중국 본토 '면세천국'으로 떠오른 하이난(海南)성 내국인 면세점의 지난 7~8월 두달간 화장품 매출액(28억 위안)도 뛰어넘는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힌 따이궁들이 선전으로 대거 몰려가면서 밍퉁 화장품 시장이 중국 대륙의 면세 화장품 유통 허브로 떠올랐다고 중국 현지 경제일간지 21세기경제보가 14일 보도했다. 심지어 중국 국내 면세점 업계를 위협할 정도라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밍퉁 화장품 도매상가 전경. [사진=웨이보]

◆ 과거 '짝퉁 휴대폰 성지'에서 '면세 화장품 유통허브'로

밍퉁청은 2016년까지만 해도 '짝퉁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제품을 파는 선전 화창베이 디지털 전자상가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중국내 짝퉁 전자제품 수요가 줄며 2017년부터 차츰 전자제품 매장이 사라지고 그 빈 자리를 화장품 가게들이 채웠다. 이곳에 입점하려는 점포들이 늘면서 옆 건물도 아예 화장품 전문 도매상가로 싹 개조해 지난 6월부터 정식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A, B 총 2개동으로 이뤄진 밍퉁청에 입주한 매장만 2500여곳.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화장품 점포들로 가득 찼다. 매장 권리금만 100만 위안을 웃돈다는 게 현지 상인들의 말이다. 

이곳서 파는 화장품 대부분은 외제 면세 화장품이다. 랑콤·에스티로더·라프레리·키엘·프레쉬 등 미국·유럽의 브랜드 화장품, SK2·CPB·IPSA 등 일본 화장품, 설화수·AHC 등 한국산 화장품도 눈에 띈다.  크리스찬디올, 베르사체, 톰포드, 샤넬, 불가리, 버버리 등 명품 향수를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도 있다. 
 
한국 대신 선전으로 몰려드는 따이궁…하이난 면세점 매출 웃돌아

손님 대다수는 물건을 떼러 온 다이궁이나 웨이상(微商, 모바일 SNS판매상)이다. 따이궁을 겸직으로 한다는 더우(竇)씨는 현지 매체를 통해 "화장품 1개당 구매대행할 때마다 수십 위안씩 이윤을 남긴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최근 몇달새 구매대행 수요가 갑작스레 늘어나 수입이 짭짤하다"고 전했다.

저 멀리 후난성에서 온라인쇼핑몰을 하는 허(何)씨도 주기적으로 선전에 와서 화장품을 도매로 잔뜩 구매한다. 원래는 한국에서 면세점 화장품을 사다가 팔았는데,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선전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허씨는 "이곳서 파는 화장품 대부분이 한국 면세점에서 들여온 것이라 품질은 확실히 보증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밍퉁 화장품 시장 인근의 각종 택배업체도 10여곳에 달한다. 전국 각지로 화장품을 신속히 유통배달하기 위해서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택배물량이 30~40%씩 늘었다고 했다. 
 
◆ 대부분이 한국 면세점 재고물량···시중 절반가 판매

현장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빙산의 일각'이다. 사실 이곳서 화장품 재고를 쌓아놓고 파는 상인들은 별로 없다.

구매 계약을 체결하면 홍콩 등 보세창고에 쌓여있는 면세 화장품이 출하돼 직접 중국 소비자에게 배달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대다수 상인이 홍콩 현지 면세품 판매업자, 혹은  중국내 화장품 전자상거래 업자나 글로벌 명품 화장품 브랜드 대리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봉쇄령으로 홍콩을 찾는 본토인의 발길이 끊기자 홍콩 면세품 판매업자들은 이곳으로 직접 건너와 점포를 열고 화장품을 파는 것이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도 아예 이곳서 전시매장을 차려놓고 직접 다이궁이나 웨이상과 직거래하며 새로운 판매채널도 모색하기도 한다.

판매가격은 시중 판매가의 절반에 불과하다. 중국 국내 면세점 판매가보다도 싸다. 에스티로더 주력상품 '갈색병' 400ml짜리가 여기서는 약 200위안에 팔린다. 시중판매가(420위안), 면세점에서 15% 할인행사가(232위안)보다도 싸다. 

이는 한국 면세점이 최근 코로나19로 찾는 손님이 뜸하자 싼값에 대거 화장품을 내다팔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 화장품 매장 주인은 "여기서 파는 화장품 대다수가 한국 면세점에서 공수해 온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든 한국 면세점들이 화장품을 대거 할인 판매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들여올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 면세점 화장품 재고 해소의 유통채널···中면세점에 '위협'도

실제 롯데면세점 중국 현지 관계자도 현지 매체를 통해 "한국 면세점에 남아도는 재고 물량을 중간 유통상들이 가져다가 홍콩(무관세)을 통해 중국 본토에서 파는 걸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며 "밍퉁 화장품 시장이 화장품 재고 해소를 위한 중요한 유통채널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밍퉁이 한국 면세 화장품의 중국 유통채널이 된 셈이다. 

실제로 중국의 한 면세업계 전문가는 "밍통 화장품 시장이 중국 최대 면세 화장품 유통허브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도매나 중계무역 형태로 홍콩에 수입된 한국 면세 화장품이 통관 절차를 거치거나, 혹은 밀수 방식으로 중국 대륙에 반입되고 있다는 것. 이러한 면세 화장품은 밍퉁 도매시장에서 구매대행, 전자상거래 등을 통해 중국 전국 각지로 유통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밍퉁 화장품 도매시장을 '코로나19의 산물'로 보기도 하지만,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돼 해외여행이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중국 면세화장품 유통 중심지로서 밍퉁의 지위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 심지어 최근 중국이 적극 육성하고 있는 하이난성 내국인 면세점 영업도 위협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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