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차기 잠수함 사업자 선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현지에서는 정부의 협상력 약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캐나다 정부가 최대 12척 규모의 잠수함 사업자 선정 작업을 신속 처리하기 위해 정식 절차인 제안요청서(RFP) 대신 별도 제안서 작성 지침(PPI)을 활용하면서다.
캐나다 정치전문매체 더힐타임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직 고위 공무원들을 인용해 캐나다 연방정부가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잠수함 조달 사업에서 RFP 대신 별도 제안서 작성 지침(PPI)을 활용한 데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정부는 2021년 캐나다 초계잠수함 사업(CPSP)을 출범시키고 해군의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할 신형 잠수함 최대 12척 도입을 추진해왔다. 캐나다 공공서비스조달부(PSPC)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잠재 입찰업체들로부터 RFI를 요청해 총 25곳으로부터 의견을 받았다.
이같은 절차 이후 통상적으로는 정부가 세부 요구 조건과 가격 구조, 납품 일정, 산업·기술 혜택(ITB) 등을 명시한 RFP를 발행해야 한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한화오션과 TKMS를 적격 후보로 압축한 뒤, 같은 해 11월 두 회사에 PPI를 직접 발행했다. 두 업체는 지난 3월 이에 따른 제안서를 제출했다.
전직 관료들은 이 같은 방식이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 ITB 부문 전 국장인 클렘 스루어는 "RFP가 없다는 것은 정부가 비용과 최종 납품물, 경제적 혜택에 대해 갖는 확실성이 줄어든다는 의미"라며 "사실상 수의계약에 가까운 상황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국방부에서 물자 담당 차관보를 지낸 앨런 윌리엄스도 RFP 절차를 건너뛴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선정된 기업은 정부가 자신들을 원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건 협상에서 강하게 나올 수 있다"며 "경쟁을 우회하면 절차가 빨라진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캐나다 국방투자청(DIA)은 PPI가 RFP와 유사한 기능을 했다고 반박했다. DIA는 더힐타임스에 "캐나다의 산출물과 일정을 제시했으며, 잠수함 설계와 건조, 인도, 유지, 인프라 등 작전 요구사항에 대한 종합 평가를 바탕으로 한다"고 밝혔다.
비정통적 조달 방식
DIA는 30일자 이메일에서 이번 절차가 단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협상을 진행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단일 공급업체를 택하면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고, 여러 종류의 잠수함을 동시에 운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기술·군수 부담과 장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초 선정 업체와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는 다른 후보 업체와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도 했다.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되던 분할 발주 가능성은 다소 낮아진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더힐타임스는 한화와 TKMS 양측에 납기 일정, 작업 명세서 등 세부 사항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어려운 점이 있는지 문의했다. 이에 한화캐나다의 글렌 코플랜드 최고경영자(CEO)는 "그런 세부 내용은 현재 들어가 있지 않다"며 캐나다 정부가 PPI에서 두 회사에 잠수함을 어떻게 인도할지, 경제적 패키지와 승조원 훈련, 운용 유지 지원을 어떻게 제공할지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TKMS는 답변이 없었다.
국방 조달 전문가인 제프리 콜린스 파머 캐나다 리더십 연구소장은 이같은 조달 방식이 비정통적이고 독특하다며, 이는 국방비 지출을 통해 산업 기반 강화와 고용 창출 및 중견국들과의 관계 심화를 위한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사업 규모와 복잡성을 고려할 때 모든 목표를 RFP 기준에 담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납세자의 돈이 제대로 쓰이고 해군이 필요한 전력을 정해진 일정 안에 확보할 수 있도록 어떤 안전장치가 있는지는 여전히 답이 나오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DIA는 "사업자들이 캐나다 국민들에게 비용 대비 가치를 보장하는 것을 포함해 캐나다 측의 요구 사항과 우선 순위에 맞춰 그들의 제안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제안서 수정 기간도 마련됐다"며 "이같은 과정을 통해 캐나다는 기술적이고 실무적 요구 사항뿐만 아니라 적격 사업자가 경쟁적 환경에서 제공할 준비가 된 계약 조건에 대한 통찰력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정부는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해 2028년까지 계약을 체결하고 첫 잠수함을 늦어도 2035년까지 인도받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2030년대 중후반까지 운용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2032년까지 첫 잠수함을 인도하고 2035년까지 4척을 추가로 납품한 뒤 2043년까지 전체 함대를 완성하겠다고 제안했다. TKMS는 올해 계약이 체결될 경우 2035년보다 훨씬 앞서 첫 잠수함을 인도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당초 6월말까지 차기 잠수함 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선정 작업이 지연되면서 아직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캐나다 매체들은 오는 7~8일 튀르키예에서 있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이전까지는 사업자가 발표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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