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칼럼] 미중 무역전쟁이 가져온 중국 내부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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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논설위원
입력 2019-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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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하면서 지리적으로 중국과 인접해 있으며 경제적으로 중국,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한국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 또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로 인해 중국의 국내경기는 어떠한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 중국의 국내경기는 시진핑 시대에 심화개혁을 추진하고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소비가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사치와 과소비와 방만한 투자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대출 규제와 ‘8항 규정(한국의 김영란 법과 유사)’에 따른 정경유착의 근절로 과소비계층인 상류층의 조심스런 행보에 따라 고급식당과 유흥업소 그리고 사치품의 매출을 줄어들고 식당의 가격은 정부규정에 맞춰 가격을 인하했고, 견디기 힘든 대형식당들이 폐업했다. 그렇다고 일반 시민들의 소비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이들은 대도시 대형마트나 지방 중소형마트에서 꾸준한 일상소비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시진핑의 부패와의 전쟁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졌다. 단지, 미중무역전쟁에 따라 수출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고용과 생산이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현재 바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심리적 요인으로 중국 국민들이 소비를 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북지역의 중소도시인 단동이나 연변 그리고 대도시인 심양이나 장춘의 시장상황을 보면 미중 무역전쟁이 바로 중국의 시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과 수출에 중점을 둔 중국의 산업도시인 심천과 동관 등 광동성 도시와 중국의 중부 대도시인 상해, 항주, 소주, 남경 등 절강성과 강소성의 도시들은 대외무역과의 연계로 일부 생산과 수출에 조금씩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중국 동북지역 도시나 화중지역 도시와 남부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은 아직 하락세는 아니다. 오히려 동부지역 중소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일부 상승했으며, 대도시의 주택은 보합세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즉, 투자자본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현상은 여전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미중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갈 것에 대비해 언론을 통한 홍보로 미국과의 일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문명, 과학기술, 군사력, 경제력 등의 특별프로를 제작하여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있다. 즉, 이번 미중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적절한 협상은 있어도 투항하는 결과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주요 홍보내용이다. 반대로 민간차원에서 생산과 무역 그리고 주택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미중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가면 중국경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은 미중무역전쟁이 장기전으로 가면 중국경제는 하강국면을 맞을 수 있기에 미리 소비를 줄어야한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IT와 첨단과학의 중심도시인 深圳(심천)과 동관(東莞)에 있는 기업들도 일부 미중무역전쟁에 어는 정도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내에서는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은 중싱통신(中興通訊 ZTE)을 보면서 중국 반도체기술과 기초과학기술 수준을 높여야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으며, 화웨이(華為)가 미국의 제재에 견디지 못하는 경우 중국과학기술의 한계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타격은 대단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더욱 강경해지고 있기에 중국 국민들의 국산상품에 대한 애국심도 더욱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심천 화창베이(華强北路)에는 모든 전자제품 상가가 집중되어 있다. 이곳의 화웨이 대리점을 찾으니 새로 나온 Huawei P30pro 스마트폰을 사러 온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과거 애플 스마트폰을 쓰던 사회 지성인들 중 화웨이로 갈아타는 사람도 있다. 일반 중국인들이 사진을 찍고 SNS를 통해 교류하며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구매와 모든 결재를 한다는 것을 고려해 개발된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과 그 소프트웨어들은 중국인들이 국산 스마트폰을 구매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은 일반적으로 2개의 전화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2개의 SIM카드 장착기능으로 스마트폰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내 2개의 통신사 혹은 중국전화번호와 외국전화번호를 동시에 한 기계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중국 통신회사들도 판매시 SIM카드를 원본과 복사본 하나를 더 공급하고 있어 스마트폰 판매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스마트폰은 알리바바나 텐센트의 앱을 통해 스마트폰 핀테크를 활용하고 기타 생활상 필요한 앱과 연결되는 면에서 앞으로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핸드폰의 중국시장 발전은 명약관화하다.

현재 중국 소비사장은 인터넷쇼핑몰과 물류서비스의 발전으로 가두상점이 천천히 줄어들고 있다. 동관에서 다시 찾은 옛 상점들에 이미 새로운 핸드폰 가계를 포함한 새로운 상점이 들어섰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 같다. 인터넷 쇼핑은 우리가 쇼핑몰에 가서 물건을 보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진을 찍어 인터넷 소핑몰과 연결하면 그 제품과 혹은 유사한 제품들의 인터넷쇼핑몰 가격이 나열된다. 이 인테넷몰이 보통 대형쇼핑몰 보다는 10~20% 저렴하고 배송까지 되기에 때론 대형쇼핑몰은 상품을 보고 샘플을 찾는 창구로만 쓰인다. 그러나 이것은 젊은층의 생활방식이고 아직 이러한 앱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대형쇼핑몰을 많이 이용한다.

미중무역전쟁의 주 제재 대상인 중국 화웨이의 규모는 사실 어마어마하다. 심천과 동관에 거대한 대학 캠퍼스 10여개를 합쳐놓은 것 같은 연구단지, 생산단지, 회의룸, 호텔 등을 갖고 있다. 다른 중국의 스마트폰과 다르게 화웨이 스마트폰의 가격 구성도 특이하다. 과거 중국인들이 조금 더 싸게 중국 스마트폰을 구매하기 위해 홍콩에서 구매해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중국과 홍콩은 거의 비슷한 가격이나 애프터서비스를 위해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서 사는 것이 편하게 유도하여 중국내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본적이 절강성 금화출신의 군인집안 출신으로 사천성 중경(重慶)대학을 나온 런정페이(任正非)가 말한 대로 화웨이 스마트폰을 중국에서 사서 외국에 나가 팔아도 일부 이익이 나올 수 있게 하겠다던 그의 약속을 실현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재 중국에서 미중무역전쟁을 자세히 관찰하려면 IT, 첨단과학, 금융, 소비, 서비스 및 부동산이 연결된 복합도시 심천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심천의 경기를 보면 아직 미중무역전쟁에 의해 심각한 타격을 보고 있지는 않다. 이곳 중국인들의 생각은 어는 정도 견디면서 보완적 사업을 준비하다 보면 미중 무역전쟁이 적어도 금년 내 늦어도 트럼프 임기에는 정리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보다 중국 국내정치에서 경기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어떤 것이 나올 것인지에 대한 기대가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현재 한국의 입장에서 미중무역전쟁의 과정이나 결과만을 관측하기 보다는 중국의 대응책에서 나오는 시장정책과 미국의 대중국정책에서 나오는 대외정책을 분석하여 한국의 대응방법을 준비하는 것이 시급할 것이다.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으로 지금까지 왔듯이 무역전쟁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봉건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자본주의를 모두 경험한 국가이다. 단지 자본주의만을 실천하고 있는 미국과는 그 국가정체성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너무 쉽게 보아서도 안 될 것이고, 미국의 전략이 미국만을 보고 주위 우방을 보지 못해서도 안 될 것이다.

김진호 아주경제 논설위원 (1980년대 홍콩 중문대학 주해대학, 마카오대학 수학. 1998년 북경대학 박사. 현 단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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