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외국인이 일본을 방문할 때 필요한 비자 신청 수수료를 48년 만에 대폭 인상했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비자 발급 관련 행정 비용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일본은 방일 외국인 6000만 명 시대를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비용을 여행자에게 더 부담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1일부터 외국인 비자 신청 수수료를 5배 올렸다고 2일 보도했다. 한 차례만 사용할 수 있는 단수 비자는 기존 3000엔(약 2만 9000원)에서 1만 5000엔(약 14만 3000원)으로, 유효기간 안에 여러 차례 사용할 수 있는 복수 비자는 6000엔(약 5만 7000원)에서 3만 엔(약 28만 70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일본 정부가 비자 수수료를 바꾼 것은 1978년 이후 약 48년 만이다. 일본 외무성 설치법은 비자 수수료를 정할 때 사무 처리에 드는 실제 비용과 환율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방일객 증가로 비자 발급 비용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인상으로 약 1200억 엔의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정부는 수수료 인상 폭이 크지만, 주요국과 비교하면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닛케이에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일본을 방문하는 것이 불리해질 정도로 고액이 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기 체류 비자 수수료는 미국이 185달러(약 28만 8000원), 영국이 135파운드(약 27만 9000원), 캐나다가 100캐나다달러(약 11만 원)다. 유럽 솅겐협정 가입국은 90유로(약 16만 원)로 일본의 인상 후 단수 비자 수수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은 방일객 확대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입국자는 속보치 기준 4243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는 2030년 방일객 60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 급증에 따른 오버투어리즘도 사회 문제로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같은 날 국제관광여객세, 이른바 출국세도 기존 1000엔에서 3000엔으로 올렸다. 출국세는 일본을 떠나는 외국인뿐 아니라 해외로 나가는 일본인에게도 부과된다. 일본 정부는 늘어난 세수를 오버투어리즘 대책 예산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관광지에서도 비용 부담을 높이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효고현 히메지성은 지난 3월부터 히메지 시민이 아닌 18세 이상 방문객의 입장료를 기존 1000엔에서 2500엔으로 올렸다. 히메지시는 문화재 보존 및 수리 비용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한국인은 단기 방문 때 비자 면제 대상이어서 이번 비자 수수료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일본을 떠나는 사람에게 부과되는 출국세 인상은 한국 관광객에게도 적용돼, 일본 여행 비용 부담은 일부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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