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옛 일왕 가문 남성 입양 추진…"그 아들은 일왕 될 수 있다"

  • 왕족 수 확보 명분 속 남성 혈통 계승 강화 논란


  • 야당 "입법부 총의 벗어났다"… 17일 회기말 전 처리 불투명

나루히토 일왕오른쪽과 마사코 왕비사진로이터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오른쪽)과 마사코 왕비[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에서 장래 왕위를 누가 이을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거쳐 왕실의 구성과 왕위 계승 방식을 정한 법률인 황실전범(皇室典範)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차대전 후 왕실을 떠난 옛 왕족 가문의 남성을 다시 왕족으로 받아들이고, 그에게서 태어나는 아들에게 왕위 계승 자격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여성 일왕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남성 혈통 중심의 현행 계승 제도를 오히려 강화하는 방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황실전범은 일왕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매우 좁게 제한한다. 여성은 일왕이 될 수 없고, 남성이라도 어머니 쪽으로만 왕실과 이어지는 경우는 제외된다. 아버지·할아버지·증조부 등 남성 조상을 따라 거슬러 올라갔을 때 왕실과 이어지는 남성만 왕위를 이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남계 남자(男系男子)'라고 부른다.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개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한 뒤에도 왕실에 남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 여성 왕족은 일반인과 결혼하면 왕족 신분을 잃는다. 현재 왕실 구성원 16명 가운데 여성이 11명으로, 공무의 상당 부분을 여성 왕족이 맡고 있는 상황에서 결혼할 때마다 왕실을 떠나면 공무 담당 인원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둘째, 2차대전 후 왕실을 떠난 옛 11개 궁가(宮家), 즉 옛 왕족 가문 출신의 남계 남자를 왕족의 양자로 맞아들이는 것이다. 대상은 배우자와 자녀가 없는 15세 이상 남성으로 제한된다. 양자가 된 남성 본인에게는 왕위 계승 자격이 주어지지 않지만, 그에게서 태어나는 아들은 왕위를 이을 수 있도록 했다.

논란은 바로 이 마지막 대목, 입양된 남성의 아들에게 왕위 계승 자격을 주는 부분에서 불거졌다. 여야 논의의 명분은 어디까지나 '왕족 수 확보'였다. 중·참의원 정·부의장이 지난달 정리한 '입법부의 총의(總意)'도 왕족 수를 어떻게 유지할지에 초점을 맞췄을 뿐, 안정적인 왕위 계승 방식에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 여성 일왕을 인정할지, 어머니 쪽 혈통으로 왕위를 잇는 여계(女系) 일왕까지 허용할지, 아니면 기존 남성 혈통 원칙을 유지할지는 판단을 유보했다. 그런데 정부안이 입양된 남성의 아들에게 계승 자격을 명시하면서, 왕족 수 확보라는 명분으로 출발한 법안이 사실상 왕위 계승 문제까지 파고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정부안이 '입법부의 총의'를 벗어났다고 반발한다. 입헌민주당의 다나부 마사요(田名部匡代) 간사장은 "정·부의장의 정리에서 벗어난 조문이 들어가 '입법부의 총의'와는 정말로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양자안 자체에는 찬성하는 공명당에서도 "'입법부의 총의'가 성립하지 않는 한 심의를 진행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나왔다.

또 다른 쟁점은 왕실에 남는 여성 왕족의 남편과 자녀를 어떻게 볼지다. 개정안은 여성 왕족이 결혼 후에도 왕실에 남을 수 있도록 했지만, 남편과 자녀를 왕족으로 인정하는 규정은 두지 않았다. 정부는 현행법 해석상 이들은 왕족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성 왕족 본인은 왕실에 남기되 그 가족은 일반 국민으로 남기는 구조다.

이 대목 역시 여성·여계 일왕 논의와 맞닿아 있다. 여성 왕족의 자녀가 왕족이 되면 어머니 쪽 혈통으로 왕위를 잇는 여계 일왕 논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여성 일왕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70% 안팎에 이르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은 오는 17일 회기말 전까지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이 반발하는 데다 정부·여당의 강경한 국회 운영으로 야당이 법안 심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회기 내 처리는 불투명하다. 왕족 수 감소라는 현실적 문제를 풀기 위한 법안이 오히려 일본 사회의 오랜 왕위 계승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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