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수석급 대거 교체] ①‘자승자박’ 상처만 남긴 참모진 다주택 매각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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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8-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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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이벤트 역풍…정권 출범 후 최대 위기 초래

  • ‘강남 똘똘한 한 채’·‘직 보다 집’ 등 신조어 탄생

  • 김조원 민정수석, 회의 불참 후 인사 없이 사퇴

  • 문재인 대통령, ‘집값 상승세 안정’ 낙관론 설파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맨 오른쪽)과 김외숙 인사수석(오른쪽에서 둘째)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뒷모습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의 다주택자 참모들에 대한 부동산 매각 권고가 8개월 만에 3명의 수석비서관 교체로 일단락됐다.

장기적인 부동산 정책의 본래 특성과 달리 유독 민감하고 유동적인 한국 특유의 ‘부동산 정서’를 ‘솔선수범’이라는 명분 아래 ‘정치 이벤트’를 벌이려다 되레 역풍을 맞은 모양새다.

시작은 지난해 12월이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달 16일 수도권 내 두 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이른 시일 안에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할 것을 권고했다. 당시에는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이라는 단서와 ‘투기과열지구에 한해서’라는 전제조건이 붙었었다. 시한은 6개월이 주어졌다.

그 사이에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비판을 받으면서 청와대는 조급해졌다. 청와대 참모들의 개인 사정과 단기 매매가 어려운 주택시장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당초 ‘약속’을 밀어붙였다.

청와대는 매각 시한인 지난 6월 말에도 처분 진행 속도가 지지부진하자, 7월 말로 시한을 한 달 연장하면서 배수의 진을 졌다.

이 과정에서 매각을 주도했던 노 실장 본인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충북 청주시 아파트 두 채 중 청주 아파트를 처분키로 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노 실장은 아파트 두 채를 모두 매각하기로 했으나, 등 돌린 민심을 다시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른바 ‘강남 똘똘한 한 채’, ‘직 대신 집’ 등 숱한 신조어가 탄생한 것도 이 때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들고 일어났다. 지난 7일 결국 노 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이 문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김조원 민정수석 건이 터졌다. ‘3주택자’에 ‘강남 2주택자’였던 김 수석은 참모진 매각 과정에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언론의 타깃이 됐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각각 아파트를 소유한 김 수석이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원 이상 높게 매물로 내놔 ‘매각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노무현 정부 때 민정수석과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인연을 맺은 김 수석은 이날 퇴임 소회도 남기지 않은 채 청와대를 떠났다.

김 수석은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보좌관(수보) 회의에 참석 대상자 중 유일하게 불참했다. 청와대 고위 참모들과의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도 인사도 없이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노 실장의 다주택자 처분 권고에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인사 교체로 부동산 대책 책임론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YTN의뢰로 실시한 8월 1주차(3일~7일) 주간집계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포인트·자세한 조사개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2.5%p 내린 43.9%로 나타났다.

두 달 이상 떨어진 지지율만 20%p에 육박한다. 소강상태를 보이다 다시 하락세에 접어든 것이다. 부정 평가가 상승하면서 지난주 오차범위 내로 들어왔던 긍·부정 평가 격차가 한 주 만에 오차범위 밖으로 재차 벌어졌다.

부동산 문제가 전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30대와 중도층, 여성들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보이는 지표보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을 바라보는 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0분 남짓한 수보 회의 모두발언 시간 동안 부동산 정책의 성과를 열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재표명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해법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앞으로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세값 폭등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장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방향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부동산 문제는 당·정·청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데 시장 현실과의 괴리감이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처리로 논란을 낳았던 ‘임대차 3법’에 대해서도 “임차인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면서 “계약갱신 기간을 2년에서 추가 2년을 더 늘리고,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된 지 40년 만에 획기적 변화를 이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주택을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세제 강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전 세계의 일반적 현상”이라면서 “공공임대주택을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 임대주택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포함해 누구나 살고 싶은 ‘질 좋은 평생주택’으로 확장하고, 교통 문제 등 필요한 후속 대책을 빠르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도 낮은 편”이라며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임차인 보호에서도 주요국에 비하면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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