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대통령 ‘일방적 지시’…재정전략 실종

김봉철·박경은 기자입력 : 2020-05-25 18:54
올해 17번째, 문 대통령 취임 후 네 번째 회의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확장적 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지난해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지금 재정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2004년부터 이어져 올해로 17번째를 맞이하는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매년 5~7월 사이에 예산 편성에 앞서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전원이 모여 예산 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재정 분야 최고위급 의사결정회의인 것이다.

하지만 매번 ‘돈을 풀자’는 식의 대통령 지시와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부딪히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무용론’까지 대두된다. 발제와 토론이 진행되지만, 결국 정부가 대통령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경제부총리 ‘질책의 장(場)’으로··· 지난해 이어 확장 재정 기조 재확인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7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과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높이는 증세 방침이 확정됐다. 당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세입 부분과 관련해 아무리 비과세 감면과 실효세율을 언급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법인세를 손대지 않으면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소득 200억원 초과에서 2000억원 미만까지는 현행 법인세 22%를 유지하되, 2000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25%로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추 대표는 법인세 개편을 통해 얻어지는 3조원가량의 세수 효과를 가지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자영업자 재정지원, 4차 산업혁명 기초기술지원 등에 투입하자고 했었다.

또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로 돼 있는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발언이 나오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이었던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대한 질책성 발언으로 읽혀지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열린 회의에서도 “국가채무비율을 40% 선으로 유지하겠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보고에 문 대통령이 “40%의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으면서 또다시 기재부의 재정정책에 의문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경제력에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며 확장적 재정 투입을 독려했다.

◆‘위기’ 8차례 반복한 文··· 경제·방역 투트랙 전략 유지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얀합뉴스]


올해 회의에서 예년과 다른 점은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감염병 변수가 생겼다는 것이다. 확장적 재정 투입의 강력한 ‘명분’이 생긴 셈이다.

‘경제 전시상황’ 등 그만큼 문 대통령의 표현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위기’라는 표현을 8차례나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확장적 재정 기조의 설득 논리로 한국보다 국가채무비율이 높은 외국의 사례까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국가채무비율 수치 110%를 예로 들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OECD 평균인 110%나 일본 등의 국가채무비율을 언급하지만, 기축통화국인 나라와는 비교가 무의미하다”면서 “’분모’인 GDP(국내 총생산)를 늘리면 ‘분자’인 국가부채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맞지만, 이는 ‘초등학교 산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신 교수는 “결국 빚을 늘려 성장하면, 분자가 분모보다 훨씬 빨리 증가한다”면서 “빚이 커질수록 부채 탕감의 효과는 커지고, 국가 신인도가 급격하게 악화된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경제 위기 극복과 별개로 코로나19 방역에도 힘쓸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하고 “생활 속 거리 두기 상황에서는 언제든 집단감염 가능성이 있다"며 "확진자를 신속히 진단·격리해 추가 확산을 차단해달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앞으로 △공적 마스크 제도 연장 △수출 허용 비율 확대 등에 대해 업계와 관계 부처 의견을 수렴해 종합적 개선방안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국무총리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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