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퍼스트 코리아!] 박원순 '표준국가론'의 이론적 배경이 된 두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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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5-1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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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적의길, 사유의 시선은 어떤 책?

 
 

[사진=아주경제 DB.]


박원순 시장의 '표준국가론'은 두 권의 책에 이론적 뿌리가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민국 새로운 표준을 꿈꾸다!'란 연설에서 표준국가론을 처음 언급했지만, 이에 대한 구상은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시장은 "<축적의 길>(이정동), <탁월한 사유의 시선>(최진석) 두 권의 책을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얻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현대사는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개의 큰 업적을 이뤘지만 민주화 이후를 끌고 갈 패러다임에 대해서는 아직 정립하지 못했다"면서 "산업화·민주화라는 낡은 틀로만 세상을 해석하려는 관성 탓에 '중진국의 함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성찰하고, 나아갈 길에 대해 영감을 주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정동 대통령경제과학특별보좌관이 서울대 공대교수 시절 쓴 <축적의 길>이라는 책은 현 한국사회의 문제가 '개념설계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개념설계는 선진국이 가진 기술경쟁력의 결정체로서, 산업의 새 패러다임을 설정하는 게임체인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역량이다.

개념설계 역량을 갖추려면 시행착오를 통해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축적된 '창조적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반도체, 디자인, 심지어 서비스 산업조차 이런 역량을 찾아보기 힘들다. 박 시장은 "한국 경제의 성장모델인 압축성장이 가져온 불가피한 그림자"라면서 "선진국의 개념실행을 모방해 성장하는 발전모델에는 한계가 왔는데, 애초에 경험 축적을 통해 성장해본 기억이 없다보니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쓴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 있다. 최 교수는 "한국은 그동안 철학수입국으로만 살아왔다"면서 "다른 사람이 한 사유의 결과를 숙지하고 내면화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했다'고 착각해왔기 때문에 산업, 정치, 문화적으로 종속된 삶을 살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의 높이'를 가져야 한다.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가려면 5만큼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려면 5만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대의 방향을 알려주는 '선도력'을 갖추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개개인들이 '전술'보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선도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제도의 틀을 모두 바꿔야 한다.

박 시장은 "서양의 것을 배워서 소화하고 전파한 경험은 많지만 우리 스스로 세계의 변화를 포착해서 개념화하고, 이를 이끄는 경험은 해보질 못했다"면서 "최 교수의 선진화 개념에 일정 부분 동의를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그는 "K팝, K드라마, K뷰티 등 새로운 국제표준이 된 한국의 콘텐츠들이 많다"면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방역체계도 국제표준이 될 것이고,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행정적인 뒷받침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박 시장은 자타공인 독서광이다. 그는 평소 "서울시장 3선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독서에 있다"면서 "매일 잠들기 전 정책적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그의 공관에는 네 벽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작은 독서실이 있는데 앞서 언급한 두 권의 책 외에도 <서울, 건축의 도시를 걷다> <불평등의 세대> <수축사회> <대학혁신> <기본소득>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이 꽂혀있다. 그의 국가의 역할에 대한 성찰, 도시의 미래에 대한 고민,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 등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바로 독서의 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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