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 국난' 한국이 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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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논설고문
입력 2020-04-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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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응급환자들을 받기 위해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에 마련된 야전병원.  [게티이미지 제공]


세계의 슈퍼파워 미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아수라장이다. 미국이 사망자 수 2만명을 돌파하면서 이탈리아를 앞지르고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10만명당 사망자 수로 보면 이탈리아가 32명, 미국이 6명이다. 뉴욕에서는 시신을 놓아둘 곳이 없어 냉동창고와 냉동트럭을 시체안치실로 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0개주 전부를 재난 지역으로 지정했는데, 미국 전역이 재난지역이 된 것은 건국 이후 처음이다. 
중국에서 창궐한 코로나가 유럽으로 확산될 때 미국 행정부가 탄탄히 대비했더라면 지금 같은 대혼란은 면했을 것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겨울에 35만명이 독감으로 병원에 입원해 2만명이 사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독감 사망자 수를 거론하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경제살리기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올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로서는 연말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제살리기가 더 다급했을지도 모르겠다.
미국은 경제력, 군사력에서 세계 으뜸가는 국가이지만 의료시스템에선 허점이 많다. 아직도 의료보험이 없는 국민이 전 국민의 8.5%인 2750만명이나 된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불법체류자도 1000만명이 넘는다.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들이 각개약진으로 산소호흡기와 마스크 구입 경쟁에 나서면서 값이 치솟고 사기꾼들까지 등장했다. 국제시장에서 한 장당 1달러 50센트이던 N95 마스크 가격이 10~12달러까지 치솟았다. 의료인들은 방호복이 모자라 비닐을 뒤집어쓰고 환자를 돌보고 있다.

6·25 때 피흘린 혈맹국, 우리도 어려울 때 돕는 게 국격

아직 긴장을 풀기는 이르지만 한국은 9일부터 하루 확진자 수가 30명대로 내려앉으면서 다소 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을 돕고 한국의 치료경험을 세계와 공유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시기다. 한국은 중국처럼 대도시에 대한 봉쇄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도 코로나를 진정시킨 성공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국이 코로나 대응에서 세계의 모범국이 됐다"고 평가하고 코로나 백신 개발과 치료에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은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는 미국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한민국이 자유진영에 편입돼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미국 덕이다. 한국전쟁에서 미군 3만3000여명이 전사했다. 코리아가 세계지도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몰랐던 미군 병사들이 흘린 피로 우리는 김일성 체제에 편입되지 않고 인권, 자유, 번영을 향유할 수 있었다. 트럼프 집권 이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둘러싸고 매년 승강이를 벌이지만 소련(냉전 후 러시아), 중국, 북한의 세력에 맞서 한국의 국가안보를 지키는 데 미국의 보호막이 결정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미국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진단 검사의 속도가 느려 방역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한국이 전문인력을 미국에 보내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 등 진단기법을 전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과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와 싸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이 일찍부터 개발을 시작한 코로나 진단검사 키트는 정확성과 신속성을 갖춰 세계 각국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산소호흡기나 의료인 보호장비도 여분이 있으면 미국에 지원하거나 수입 우선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 코로나 완치자의 혈장도 많이 보유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할 수 있다.

'구미(救美) 코리아!' 민관운동을 제안한다
 진단인력 파견·봉사, 진단기법 전수, 진단키트 등 의료 장비와 백신-치료제 협력, 마스크 지원 

미국은 국방부까지 N95 마스크를 생산하겠다고 하지만 양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은 국민 1인당 마스크 생산량으로 보면 세계 1위다. 코로나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면서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할 정도로 품귀 현상을 빚었으나 요즘은 약국에서 줄을 서지 않고도 살 수 있다. 미국은 면마스크도 모자라 스카프나 티셔츠로 얼굴을 가리라고 권유하는 형편이다. 빨아 쓰는 면마스크라도 미국에 보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가 창궐한 이탈리아에 코로나 방역을 위한 의료물자를 항공편으로 지원했다. 중국과 코로나 발원지 논쟁을 벌였던 미국은 지금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중국 업체가 제조한 의료물품은 부르는 게 값이다. 유럽국가들과 일본은 제 집에 난 불을 끄느라 다른 나라를 지원할 여력이 없다. 현재 미국을 지원해줄 여건을 갖춘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우파들 중에는 문재인 정부가 중국이나 북한은 지원해도 미국은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전두환 독재 치하에서 반미(反美) 구호를 외쳤던 386세대가 문 정부의 핵심 세력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386의 반미는 광주에 공수부대를 보낼 때 작전권을 가진 주한미군사령관이 승인을 해줬다는 ‘광주책임론’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미국은 1987년 6월항쟁 때는 전두환 정권의 군동원을 막고 한국의 민주화를 지원했다. 한국에서 이제 반미는 시대착오자들의 철 지난 구호다.
미국은 대국 체면에 애걸복걸은 하지 않지만 한국 같은 나라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한국 교민, 한국 유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도 미국이다.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 코로나가 급속도로 번질 때 마스크 300만장, 방호복과 보호경 10만개 이상을 지원한 우리가 미국의 코로나 재앙을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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