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여성·청년 우대한다더니 死地에서만 '공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도형 기자
입력 2020-03-02 17:0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여성 후보, 경선 기회도 안 주고 '전략' 공천…당에서 경력 쌓은 청년 후보 공천도 적어

더불어민주당이 2일 서울 중·성동을에 박성준 전 JTBC보도총괄 아나운서 팀장을, 경기 평택을에 김현정 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을 각각 전략공천했다. 현재 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공천이 확정된 인사들은 모두 159명(62.8%)으로 4·15 총선 공천 작업이 반환점을 돌았다.

민주당은 애초 여성·청년들을 적극적으로 공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막상 '시스템 공천'의 결과를 보면 식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해찬 대표가 1년 전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여성·청년들에게 경선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때에도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이날 민주당이 전략공천한 서울 중·성동을엔 여성 후보인 전순옥 전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 경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 전 의원은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으로, 여성계와 노동계에서 상징성이 있는 인물이다. 경기 평택을에도 여성인 이인숙 예비후보가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이들은 경선조차 치러보지 못한 채 선거에서 배제됐다.

다른 지역을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민주당은 앞서 인천 부평갑에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을 단수 공천했지만, 인천 지역 중진의원들의 반발로 전략경선 지역으로 전환했다. 홍 전 구청장은 재선 부평구청장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에서 입각이 검토됐을 만큼 경쟁력이 입증된 인물이다.

서울 지역에서 가장 밭이 좋다고 평가받는 서울 구로을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전략공천했다. 이곳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조규영 전 서울시의회 부의장은 시의원 시절부터 12년 가까이 이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다. 조 전 부의장은 경선을 치를 기회를 달라며 노숙 단식 농성까지 펼쳤지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조 전 부의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실장의 전략공천에 대해 "비열하고 비겁한 결과"라며 "당도, 윤 전 실장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고 비판했다.
 

[사진=조규영 더불어민주당 서울 구로을 예비후보 페이스북]
 

현재 공관위는 159명의 후보를 공천한 상태인데, 이 중 여성 후보는 19명(12%)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당헌당규로 여성 30% 공천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단 한 차례도 지켜진 적이 없다. 이번 공천에서도 청와대 출신이나 현역 의원을 제외하면 '밭이 좋은 곳'에선 여성 후보의 공천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달 13일 "당헌에 명시된 여성 30% 규정이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19명의 여성 후보 가운데 현역의원은 김상희(경기 부천소사)·서영교(서울 중랑갑)·남인순(서울 송파병)·전현희(서울 강남을)·전혜숙(서울 광진갑)·진선미(서울 강동갑)·박경미(서울 서초을) 등이다. 박 의원이 출마하려는 서울 서초을과 전 의원의 지역구인 강남을을 제외하면, 대부분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이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마하는 서울 광진을은 단 한 차례도 야당의 후보가 당선이 된 적이 없는 지역구다.

반면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에서 공천을 신청한 원외 여성 인사들은 대부분 공천을 받지 못했다. 현재까지 공천을 받은 원외 여성 인사는 부산 수영에 강윤경 예비후보, 경기 고양갑에 문명순 예비후보, 서울 서초갑에 이정근 예비후보, 부산 사상에 배재정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경북 김천에 배영애 예비후보, 경북 경주에 정다은 예비후보 등인데 이들 지역은 사실상 당선이 힘들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청년도 상황은 비슷하다. 민주당은 만 45세 이하를 청년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청년이 공천을 받은 경우는 현재까지 12명(7%)이다. 이 가운데 30대가 4명, 40대가 8명으로 대부분 이번 총선을 앞두고 영입된 인사들이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국회의원후보자 가운데 10%를 청년으로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입인사들은 비교적 수월한 지역구에 공천을 받았다. 가장 젊은 오영환 전 소방관(32)의 경우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에, 경기 의왕과천에는 이소영 변호사(35), 부산 북·강서을엔 최지은 전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40), 경기 고양병엔 홍정민 변호사(42), 경기 용인정엔 이탄희 전 판사(42), 경기 남양주병에 김용민 변호사(44) 등이 배치됐다.

이외에 현역 의원인 김해영 최고위원(43)이 부산 연제 단수 공천을 받았고,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41)이 서울 광진을에 전략공천을 받았다. 박남현 전 청와대 행정관(45)은 경남 창원마산합포 경선에서 이겼다. 험지인 경북 경주에서 정다은 예비후보(34)가 전략공천을 받았고, 홍영표 전 원내대표 보좌관을 지낸 장철민 예비후보(37)가 대전 동구 경선에서 승리했다. 대구 동갑에선 서재헌 부대변인(41)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당에서 경력을 쌓은 청년 정치인이 공천을 받은 경우는 장철민 예비후보와 서재헌 부대변인 뿐인데, 공교롭게도 이들 지역 역시 민주당에선 험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사진=조규영 더불어민주당 서울 구로을 예비후보 페이스북]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