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살인마 독재자' 김정은과 만나지만 러브레터 교환은 안 할 것"

"김정은, 만날 생각 있지만, 좋은 친구는 아냐"

"트럼프는 사진찍기용 회담...준비 없이 만나"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대통령 당선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샌더스 의원은 '친구', '러브레터', '사진찍기용' 등의 표현을 동원해 자신의 만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행한 회담과는 차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은 23일(현지시간) CBS의 인터뷰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나는 이 세상에서 하늘 아래 모든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해왔지만, 내게 있어 적대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정상회담과 대북 비핵화 정책을 향한 자신의 비판이 준비 없이 보여주기식으로 진행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지, 만남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샌더스 의원은 "불행히도 트럼프 대통령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그 회담에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사진을 찍기 위한 기회였지만 성공한 회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종류의 외교적 작업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전 세계의 적들과 함께 앉는 데 대해 어떤 문제도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김정은이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살인마 독재자와 러브레터를 주고받지 않는다"고 덧붙여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개인적 신뢰'에 기대 담판 형식의 돌파구를 모색해온 기존 '톱다운' 방식과 대비된다. 즉,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합의할 정도로 분위기를 형성했을 때에야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전에도 샌더스 의원은 북한에 대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10일 그는 뉴욕타임스가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 대상 대북 관련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시작한 개인적 외교를 지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당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아니다'를 답했다.

북한이 핵무기 연료인 핵분열물질 개발(생산)을 동결할 경우 이에 대한 보상으로 대북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를, '대북제재 해제 이전에 실질적인 군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샌더스 의원은 작년 8월 NYT 조사에서는 "단기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다소 시간이 걸릴 단계별 절차를 지닌 제안을 테스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9월 워싱턴포스트의 설문조사에서도 그는 "김 위원장과 만남이 합의를 향해 나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정을 내린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샌더스 의원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 후 군사 행동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며 "가능한 한 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 최강의 군대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또 중국이 대만에 군사행동을 한다면, "미국은 전 세계에 우리가 가만히 있지 않고 침범이 일어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일(현지시간) CBS의 인터뷰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사진=CBS 영상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