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 <34>​] 일본을 배드민턴 강국으로 만든 '늠름한 친일파' 박주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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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주)금산 커뮤니케이션 실장
입력 2019-09-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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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법무부장관 임명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조국 사태’에 잠시 가려 있긴 하지만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에 있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초대형 악재인 일본 경제보복, 해결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을 자제하는 국민들의 반일감정까지 어우러져 민관(民官) 차원 모두, 문이 굳게 닫겨져 있다. 끝없이 치닫는 반일(反日), 극일(克日) 분위기속에 ’늠름한 친일파‘가 있으니 바로 일본 배드민턴 대표팀 박주봉감독(55)이다.

스위스 바젤에서 지난달 26일(한국 시각) 막을 내린 2019 배드민턴 세계선수권은 '일본 천하'였다. 일본은 이 대회 남자 단식과 여자 복식에서 우승하는 등 금 2, 은 3, 동 1개를 따냈다. 지난해 난징 세계선수권(금·은·동 각 2개) 성과를 뛰어넘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직후 일본 배트민튼 지휘봉을 잡은 박주봉 감독이 불러일으킨 변화다. 1992 바르셀로나 남자 복식 금메달리스트인 박 감독은 현역 시절 국제 대회 최다 우승자(72회)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레전드'다. 배드민턴 올림픽 메달 하나없던 일본은 박 감독 부임 이후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은·동을 따냈고, 2014년엔 토머스컵(남자 단체선수권) 우승 트로피도 처음 들어올렸다.

일본 언론들은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 5~6개의 메달을 기대하고 있는데, 그 주역인 박주봉 감독을 '가미사마(神樣)'로 부른다. 배드민턴의 신이란 뜻이다.

박감독은 시스템의 확립이 일본 배드민턴이 강해진 비결이라고 한다. 일본은 상비군 제도를 도입해 국가대표 60여명을 A,B팀으로 나눠 전담 코치를 두고 운영하고 있다. 2007년 선수촌이 건립되면서 안정적으로 합숙 훈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올림픽 집중 육성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것.

반면 한때 세계 정상권이었던 한국은 2회 연속 세계선수권 노메달에 그쳤다. 배드민턴에서 한국과 일본의 위상이 뒤바뀐 지는 제법 오래됐다. 일본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했으나 한국은 일본의 벽에 막혀 배드민턴 전체 종목중 겨우 동메달 한개(여자 복식)에 그쳤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배드민턴 여자 복식에서 치열한 격돌이 예상되는데, 한국은 최근 '일본 킬러'로 떠오른 김소영·공희용 조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박 감독도 걱정스러운 마음에 뉴스를 보는 시간이 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있는데 타이밍이 잘 안 맞아 돌아가지 못했네요. 지금은 정치와는 별개로 일본 감독으로 도쿄올림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프로페셔널이니까요."

일본을 배드민턴 세계 강국으로 만든 박주봉감독이 자랑스럽긴 하지만, 그가 한국팀 격파의 선봉에 선다면 국민들의 심사는 매우 불편할 것이다. 그래서 11개월후에 벌어질 배드민턴 여자복식 한·일전이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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