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窓으로 경제보기 <33>​] 골프 스코어 속이는 것도 분식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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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주)금산 커뮤니케이션 실장
입력 2019-08-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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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 스포츠 칼럼니스트]




한국철도공사가 지난해 순이익을 실제보다 4000억원가량 부풀려 1000억원대 적자에서 3000억원 흑자로 둔갑시킨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최근 확인됐다. 철도공사가 흑자 공공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사실상 분식 회계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이 최근 철도공사 등 공공기관 23곳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결산 감사'를 실시한 결과, 철도공사는 지난해 회계 처리 과정에서 수익 3943억원을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2893억원으로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1050억원 적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공사는 지난 6월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18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2017년(C등급·보통)보다 한 단계 오른 B등급(양호)을 받았다. 전직 국세청 간부는 "이번 사례는 기업 경영 실적을 좋게 보이려고 이익을 부풀리는 사실상의 '분식 회계'"라며 "잘못된 실적을 토대로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각종 금융 혜택 등을 받으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보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공공기관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방만한 경영·회계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총 339곳 중 감사원의 결산 검사 대상은 23곳에 불과하다. 한국전력 등 일부 공기업은 상장까지 돼 있지만 금융감독원의 감리를 받지 않는다. 공공기관 대부분이 회계 처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뜻이다. 대형 회계 법인의 한 간부는 "공공기관 회계 감사는 감시하는 눈이 적은 편이라 회계법인들이 쉽게 생각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대기업을 포함한 개인기업에서도 ‘분식회계’는 일상이다시피 하고 있다. 회장이나 사장에게 보고하기 위한 분기별 결산때 사업부문장이나 팀장들이 실적을 부풀리거나 적자를 면하기 위해 다음 분기 실적을 앞당겨 포함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탓이다.

스포츠 종목 중 골프에서 분식회계가 라운드마다 일어나지만 정작 골퍼들은 ‘죄의식(?)’이 전혀 없다. 골프장 분식회계는 누구나 눈감아 줄 수 있는 ‘애교’에 가깝기 때문이다.

스코어 속이기, 바로 이것이 골퍼들의 분식회계다. 첫홀에서 동반자중 한사람이 파를 기록했다고 보기 이상을 한 나머지 동반자들이 캐디에게 ‘전원 파(올파)’를 기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분식회계의 대표적 사례. 또 미스 샷을 저질러 파4, 파5홀에서 4타가 오버되는 ‘쿼드러플(Quadruple) 보기’를 범했을때, 더블 보기나 트리플 보기로 낮춰서 기록하라고 캐디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기업들의 ‘회계 오류’나 다름이 없다(프로에서는 선수가 기록을 스코어카드에 잘못 적으면 실격패로 처리).

분식회계는 대부분 과징금 처벌을 받을 정도여서 중대 범죄는 아니나 엄연히 근절돼야 할 일종의 ‘적폐’다. 이와 마찬가지로 골퍼들도 ‘올파’ 등을 추방해 자신의 스코어를 첫홀부터 정확히 기재, ‘실력 향상’의 디딤돌로 삼는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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