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부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동안 미국 내 메모리 생산 설비 확충에 열을 올리는 마이크론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세 회사가 같은 가격에 D램을 공급해도 국내 기업은 반도체 관세율(15% 예측)만큼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R&D)과 설비 재투자에 필요한 재무적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발표를 앞두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SSD(eSSD) 등 고부가가치 상품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차기 주력 제품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경쟁력 하락에 대한 걱정이 크다. 현재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마이크론·삼성전자 등과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탑재될 HBM4 공급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가장 우수한 HBM 기술을 보유한 SK하이닉스가 기존보다 25%가량 오른 칩당 500달러 내외의 공급 단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5% 관세가 현실화하면 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HBM4에 최신 D1c(10나노급 6세대)칩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로 인해 생산원가가 경쟁사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어 관세 악재가 더욱 뼈아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미국 텍사스주, 인디애나주에 건립 중인 공장은 D램 생산과 무관해 관세 장벽 회피에 활용하기 어렵다. 두 팹은 파운드리(위탁생산)와 HBM 패키징(결합)에 최적화돼 있다.
반면 마이크론이 내년 완공을 목표로 250억 달러를 투자해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짓고 있는 공장은 HBM 등 첨단 메모리 생산용이다. 마이크론은 보이시 팹이 완공되면 대만 타이중, 싱가포르 우드랜즈, 일본 히로시마 등에서 나눠 만들던 HBM의 미국 현지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과 2029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뉴욕주 클레이에 짓고 있는 두 공장까지 완공되면 미국 내 팹만으로 빅테크 HBM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부 반도체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이 반도체 관세와 미국 내 생산 시설을 앞세워 HBM 시장에서 한국 양대 메모리 기업에 '치킨 게임'을 걸어올 가능성마저 우려한다. 반도체 관세율만큼 칩 가격을 인하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에 나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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