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1970년대부터 이어온 쌀 생산 억제 정책을 접고 증산으로 공식 전환하기로 한 가운데 ‘쌀 증산’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과거 농림수산상이던 시절부터 주장해 온 오랜 염원이기도 해 눈길을 끈다. 농업 정책의 대전환을 맞이한 일본 농가에서는 쌀 증산으로의 정책 전환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시바 총리는 5일 관저에서 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쌀값이 두 배 이상 오르는 등 급등한 데 대해 “쌀 생산량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생산 억제 정책에서 벗어나 2027년부터는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농민들이 증산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약 50여년간 유지해 온 쌀 정책의 전환은 사실 이시바 총리의 지론이기도 하다. 이시바 총리는 아소 다로 내각 당시인 2008~2009년 농림수산상을 역임하면서 쌀 생산량 검토 작업을 추진한 바 있다. 쌀 농가가 사실상 강제적으로 쌀 생산을 억제하는 상황을 점검하고, 생산을 억제할 것인지 여부를 농민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른바 ‘이시바 안(案)’이 표면화할 때마다 자민당의 지지 기반인 농업단체로부터 “중소(中小) 농가들이 망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자민당 의원 가운데 ‘농림족’이라 불리는 의원들도 중의원(하원) 선거 등을 앞두고 거세게 반대하면서 ‘이시바 안’은 수면 아래로 사라진 경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시바는 농림상 퇴임 직전인 2009년 9월 쌀 정책 개혁의 방향성과 관련한 논문을 작성하고 “식량의 안정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농정, 특히 그 근간인 쌀 정책을 점검하고 생산 조정(억제)을 둘러싼 문제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 쌀 생산 증산으로의 정책 전환은 이시바 총리에게 있어 16년 만에 자신의 지론이 빛을 보게 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오랜 기간 쌀 생산을 억제해 온 농가들은 이번 정책 전환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니가타현 농가의 한 농민은 마이니치 신문에 “모자라다고 해서 증산하면 된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대규모 농가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농가일수록 갑작스런 쌀 증산 정책에 맞추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쌀 증산으로 쌀값이 하락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현의 한 농가 농민은 “쌀값이 오르면 증산해서 값을 떨어뜨리려 한다면 아무도 쌀을 생산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쌀 증산이 실제 실현되기까지는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쌀 수급 전망 자체가 어려운 데다 농가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일손 부족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책 추진을 위해선 쌀값 하락 등에 대비해 농가 소득을 어떻게 유지시킬 수 있는지 등의 정책 보완이 필수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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