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갑질입니다"… 오늘부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서호원 기자입력 : 2019-07-16 21:08

[사진=연합뉴스 제공]


직장에서 관계상 우위를 악용해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고 해서 형사 처벌이 당연히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모든 기업은 이를 예방하고 발생 시 징계하기 위한 뚜렷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3가지 요건 충족돼야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따라 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려면 △직장 내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설 것 △그 행위가 노동자한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등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

여기서 '지위의 우위'란 직접적인 지휘명령 관계에 놓여있지 않더라도 회사 내 직위·직급 체계상 수직관계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관계의 우위'란 개인 대 집단과 같은 수적 측면, 나이·학벌·성별·출신지역·인종 등 인적 속성, 근속연수·전문지식 등 업무역량, 노조·직장협의회 등 노동자 조직의 구성원 여부, 감사·인사부서 등 업무의 직장 내 영향력, 정규직 여부 등에 있어 상대방이 저항 또는 거절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높은 상태로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괴롭힘에 해당하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는 "사회 통념에 비춰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라고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 인간관계에서 용인될 수 있는 부탁의 수준을 넘어 행해지는 사적 용무 지시 등이 이에 해당된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폭언·욕설을 수반한 업무지시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

다만, 법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 개념과 요건 등이 모호한 만큼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당분간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해자 '직접 처벌' 규정 없어

직장 내 괴롭힘을 한다고 해서 가해자에게 직접적인 처벌을 할 수 있는 조항은 개정 근로기준법에 포함돼 있지 않다. 다만,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사건을 인지했을 경우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하는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괴롭힘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용자는 피해자가 요청하는 근무지 변경, 유급휴가 등의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반대로 가해자에게는 징계나 근무 장소 변경 등의 불이익 조치를 해야 한다. 이것이 흔히 괴롭힘 방지법을 설명할 때 언급하는 '처벌'이다.

사용자는 괴롭힘 피해자나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 개정법은 피해자나 신고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업규칙에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대처 십계명 발표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사회단체 '직장갑질119'는 이에 대처하기 위한 십계명을 발표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 모두 적용되는 것이라며,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는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우선 사용자에게 신고하게 되어 있다"며 "직장 상사의 괴롭힘과 갑질은 사용자 또는 취업 규칙에 명시된 기구에 신고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만약 회사가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거나 피해자 또는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줬다면 고용노동부에 신고(진정 또는 고소)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은 익명 신고도 가능하다"며 "직접 근로 계약을 체결한 기간제(계약직) 노동자는 물론, 사용사업주의 지휘하에 있는 파견노동자도 법 적용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면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가까운 사람과 상의하기 △병원 진료·상담받기 △갑질 내용과 시간 기록하기 △녹음, 동료 증언 같은 증거 남기기 등 십계명을 잊지 말라고 조언했다.

직장갑질119 측은 이날부터 내달 15일까지 '대표이사 갑질 집중 신고 기간'으로 정하고 사장 혹은 대표이사의 갑질 행위를 제보받고 법에 위반되는 사례를 모아 정부에 신고할 계획이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이메일 제보자 세 명 중 한 명은 대표이사의 갑질을 고발한다"며 "사장 가족의 갑질은 노동부에 신고하고, 노동부가 신고 사건을 근로 감독으로 전환해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직장갑질119 관계자들은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회사에 불만 많으셨죠? 2019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이라고 적힌 부채를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법 시행을 알리는 캠페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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