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국 R&D의 민낯] ① 매년 1조 국산화 집중투자…“밑빠진 독에 물붓다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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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기자
입력 2019-07-0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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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대 R&D 예산 투입하는 반면, 국내 원천기술은 ‘제자리걸음’

  • “혁신 컨소시엄 등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로드맵 확실히 제시돼야”

일본 정부가 4일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강행했다. 일본은 당초 예고한 대로 한국에 대한 첨단 소재 수출 규제 중 하나인 '개별수출심사'를 발효시켰다. 정부는 뒤늦게 소재·부품 산업 육성을 위해 매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연구개발(R&D) 후진 정책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R&D 예산을 투입하는데 핵심 소재와 부품산업의 국산화율이 낮아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은 심각한 사안”이라면서 “국내 R&D 정책에 근원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년 동안 업계에선 소재 국산화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당장 돈이 되는 완제품 수출에 초점을 맞춰 추진된 R&D 정책이 이 같은 위기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달 말 발표하려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로드맵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발효한 수출 제한 품목은 반도체 주요 소재 3종(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으로 디스플레이와 주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쓰인다. 일본 정부는 3개 소재를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분류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사실상 수출 금지 조치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2017년 연구개발 활동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총 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9조3837억원 늘어난 78조7892억원다. 이는 OECD 국가 중 5위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따지면, 연구개발비 비중은 전년 대비 0.32% 포인트 증가한 4.55%로 OECD 국가 중 1위다.  

같은 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추정한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율은 50.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2월 반도체 소재 국산화율을 2022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올해도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기로 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에칭가스에 대한 대일 수입의존도는 각각 93.7%, 91,9%, 43.9%를 차지한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장비 등을 국산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이 필요하다면 임시국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정·청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반도체 소재 등 부품·장비 개발에 예산사업으로 6조원가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달 중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현재 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긴밀히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의 상생 협력 프로그램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가동시켜 탈(脫)일본 전략을 통한 공급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한국이 가장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정밀화학기반 소재 사업의 장기적 육성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일본 외에 역량 있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중소 소재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의 ‘밴드’를 만드는 전략안을 구상해 국내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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