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지지율 변화에 숨겨진 민심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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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전 국회 부대변인)
입력 2019-03-12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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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퇴행적인 한국당 행태를 비판하던 중 앵커가 돌발 질문을 던졌다. 지금과 같은 스탠스로는 한국당은 대안 정당은커녕 보수통합도 어렵다는 매몰찬 논평 뒤끝이다. 5.18망언, 박근혜 사면론, 우경화를 그 근거로 들었다. 그런데도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아침방송 특성상 못 다한 이야기를 정리해본다. 거꾸로 민주당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제와 미세먼지가 모든 이슈를 뒤덮었다. 과장이 아니다. 둘 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공통점이 있다. 경제와 미세먼지 해결만이 돌아선 민심을 붙잡을 수 있는 걸쇠다.

먼저 여론동향을 보자. 한국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2년5개월 만에 30%대 지지율을 회복했다. 반면 민주당은 40%대가 깨졌다. 리얼미터 최근 여론조사(4~8일) 결과다. 한국당은 30.4%로 일주일 전에 비해 1.6%포인트 상승했다. 민주당은 1.1%포인트 하락한 37.2%로 내려앉았다. 양당 격차는 7%포인트 이내로 좁혀졌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46.8%)도 긍정평가(46.3%)를 앞섰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른 데드크로스는 올해 1월 2주차 이후 두 번째다.

원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뒤따른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경제문제, 미세먼지 악화로 인한 반사이익이 첫 번째로 거론된다. 여기에 황교안 대표체제 등장에 따른 컨벤션효과라는 분석이 곁들여진다. 한국당은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에서 패했고, 지방선거에서는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맛봤다. 그런 정당이 2년5개월 만에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으니 믿기지 않는다. 오락가락하는 여론 때문이라고 탓하기엔 그만큼 경제와 미세먼지는 심각하다.

최근 경제 지표를 일별해보자. 고용은 참사 수준이다. 통계청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4.5%)은 9년 만에 최고다. 실업자 수 또한 122만4,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0만4,000명 늘었다. 역시 19년 만에 최악이다. 반면 취업자 수는 1만 9,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문 대통령도 올해 초 고용지표 악화를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지목했다. 투자와 수출도 부진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3월 경제동향에서 투자(-16.6%)와 수출(-11.1%) 부진이 심각하다며 경고 수위를 ‘심화’로 높였다. 소득 양극화는 심화됐다. 지난해 4분기 소득 양극화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컸다. 소득 하위 20% 가구 소득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7.7% 급감했다. 2003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반면 상위 20%는 10.4% 늘었다. 역대 최대 폭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 양극화가 더 벌어졌음은 뼈아픈 대목이다.

다음은 미세먼지다. 국민들이 느끼는 미세먼지는 재앙 수준이다. 최근 보름여 지속된 뿌연 하늘은 집단 우울증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했다. 숨을 곳도 도망칠 곳도 없다는 절망감이 지배한 하루하루였다. 자영업자들은 매출 급감 폭격을 맞았다. SNS에는 이 지경이 되도록 무얼 했느냐는 성토가 이어졌다. 중국 정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를 질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2017년 4월)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미세먼지 30% 감축,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 설치, 한중 정상급 주요 의제 격상이 골자다. 국민들은 지난 2년 동안 미세먼지 정책이 있었는지 묻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2년5개월 만에 달라진 민심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살펴야 한다. 조변석개(朝變夕改)라며 야속해만 한다면 해결책은 찾기 어렵다. 물론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고 간 주범들에 대한 단죄는 아직 끝내지 못한 상태다. 국민들은 적폐는 적폐대로 청산하되, 인간다운 삶을 주문하고 있다. 맹자는 백성들은 먹고사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고 했다(食以爲天). 배고픔을 달래지 못하고,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정권이라면 무능하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외침에는 인간다운 삶이 녹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실력으로 보여줄 때다. 집권 초반은 국정 기조를 잡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부터는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경제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 현장을 방문하고 경제인들과 접촉면도 늘리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노영민 비서실장을 등용해 실사구시를 주문했다. 최근 개각에서도 그런 의지를 구체화 했다. 집행 능력을 염두에 두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차관을 지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해당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낸 전문가들이다.

정부는 제2 번체기업 붐 조성, 소상공인 육성‧지원, 대‧중소기업 상생을 내세우고 있다. 사회 전반에 혁신 의지가 확산될 때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축적의 길’이란 책은 우리 경제를 고도 상승이 멈춤 로켓으로 표현하고 있다. 1단계 엔진 분리 실패, 2단계 엔진 점화 실패라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법으로 혁신과 도전의식,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와 미세먼지 정책에서도 과감한 정책전환을 필요로 한다. 그럴 때 민심을 되돌리고 퇴행적인 한국당을 심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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