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4차산업혁명과 전지적 데이터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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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조교수
입력 2019-01-0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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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매년 연말에는 한 해를 결산하는 시상식이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시상식에서의 주인공은 각각의 프로그램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던 연기자 혹은 연예인이다. 하지만, 이들이 수상소감에서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제작진과 스태프들에 대한 감사이다. 2005년 청룡영화상에서 배우 황정민씨는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라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소박하면서도 담백했던 그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올해 역시 시상식에서 최고의 프로그램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결코 주인공만의 재능과 노력만이 아니라 이를 이끌어내기 위한 주변의 도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주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인 초연결·초지능화된 사회로의 변화에 대한 근간은 데이터 산업에 있다. 전통적인 데이터 산업은 크게 ‘저장’과 ‘활용’으로 구분된다. 저장영역은 데이터를 수집·가공·저장하는 과정이며, 활용영역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서비스하는 과정이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며 저장영역보다는 활용영역에 주로 관심이 쏠렸다. 데이터의 양과 질은 좋은 인공지능(AI)을 만드는 중요한 조건이다. 활용영역이 마치 시상식에서의 연기자 혹은 연예인들과 같다면, 저장영역은 제작진과 스태프이다. 아무리 뛰어난 연예인이 있어도 훌륭한 제작진과 스태프 없이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빅데이터를 수집·저장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그나마 기업들이 모아둔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서로 공유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결과적으로 사일로(silo)라 부르는 '나 혼자 데이터'가 많은 것이다. 이처럼 과거 소위 차세대 컴퓨팅시스템 구축이라는 미명 아래 데이터 활용만을 중시함으로써 우리가 놓친 것이 바로 저장영역인 데이터 가공산업이다. 데이터 가공산업은 데이터의 가공과 유통을 담당하는 산업으로, 미국에서 1950년부터 나타났다. 지금껏 기업들이 단순히 쌓아 놓기만 했던 데이터가 빅데이터와 함께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산업이 확장되었다.

데이터 가공산업은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에 대한 사회적 정서가 외국과 달라 성장하지 못한 산업 중 하나이다. 기업의 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나라에서 통용되지 않아 왔다. 정부의 관련 법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을 들어 기업의 데이터 이기주의와 시민단체의 프라이버시 침해 반발은 물론 국민정서상 프라이버시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분위기 역시 이러한 ‘보호’에 초점을 두게 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지금껏 데이터의 확보보다는 결과물인 데이터의 활용에만 집중하는 기형적 발전 양상이 나타났다.

사실 개인정보에 대한 불안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개인정보 활용은 컴플라이언스(compliance)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컴플라이언스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관련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도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표준기술연구소(NIST)를 통해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표준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다만, 우리와 다른 점은 같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규제이지만, 규정이 준수되는 범위 안에서는 개인정보의 활용을 보장하는 법이라는 점이다.

데이터의 활용을 위해 세계 각국은 매일 데이터를 통한 전쟁을 하고 있다. 세계표준화기구인 ISO는 국제전기표준회의(IEC)와 함께 2018년 11월 ISO/IEC 20889(프라이버시를 강화한 비식별 처리 표준)를 발표하였다. 심화된 데이터 경쟁에 국제표준화를 통해 비식별 처리의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데이터 가공과 공유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일찍부터 데이터 저장의 중요성을 깨달아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기업들은 글로벌 시가총액 톱 10에 올라섰다. 미국의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은 물론 중국 역시 텐센트, 알리바바 등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활용하는 기업이 혁신을 유발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결국 우리 정부도 작년 말 산업화 시대의 경부고속도로처럼 데이터 경제시대를 맞아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이제서라도 개인정보에 관해서는 ‘보호’를 우선시하던 정부가 ‘활용’으로 급선회한 것은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다시 데이터 가공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데이터가 수집되고 거래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유통되는지 알 수 없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는 공유되고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여도 아직 우리 정서상 거부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우리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국내시장에 침투한 지 오래이다.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스타의 매니저를 화면으로 등장시킨 모 프로그램은 스타들의 은밀한 일상과 숨은 매력을 제3의 눈으로 설명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모인 참견 군단의 검증을 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적으로 초기 스타와 매니저 간의 개인적 관계를 벗어나, 이제는 다수 참가자들 간의 상호적인 관점에서 스타의 가치를 새롭게 밝히며 그 주변인물까지 혁신적으로 변화시켜 주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데이터 역시 나 혼자 소유할 때에는 보지 못했던 부분도, 공유되고 다수가 참여함으로써 보다 널리 활용되는 과정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와 혁신적인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전지적 데이터 시점을 통해 우리의 데이터산업을 되짚어 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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