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시진핑 연설, 추가 개방 '청사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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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12-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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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개방 40주년 연설, 美 원한 응답 아냐

  • "이익 포기 없다" VS "패권 추구 안해" 언급

  • 공산당 중심 체제 강조, 권력기반 강화 의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혁개방 40주년 경축 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18일 열린 중국의 개혁개방 40주년 경축 대회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설 내용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에 딱 들어맞았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이라 파격적인 개방 조치가 발표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시 주석은 다자무역 지지와 개방 확대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현 체제를 유지·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미국 등 서구의 대중 공세를 의식한 듯 중국이 더욱 발전하더라도 패권을 추구하지는 않겠다고 공언했다.

◆개방 확대 '입버릇' 반복…깜짝 발표 없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경축 대회 연설을 통해 "개혁개방은 중국 공산당 창당, 신중국 성립과 함께 5·4 운동 이후 벌어진 3대 역사적 사건"이라며 앞으로도 개방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급 측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구조를 최적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할 것"이라며 "개방을 지속 확대하고 양호한 국제 환경을 조성해 더 많은 발전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개방적이고 차별 없는 다자무역 체제와 무역·투자 자유화 및 편리화가 필요하다"며 "세계 경제를 더욱 개방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입버릇처럼 반복해 온 내용들이다.

무역전쟁 발발 이후 미국이 요구한 금융·서비스 분야의 추가 개방과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에 대한 응답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개방을 확대할 구체적 정책과 업종 등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개혁개방 40주년 행사를 계기로 미국이 원하는 방향의 수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외신 보도 등이 있었지만 중국 내 전문가들은 큰 틀의 방향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개혁 심화와 개방 확대라는 추상적 언급이 전부였다"며 "시진핑 집권 이후 진행된 사안들의 연장선상에 불과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익 포기 않을 것"…패권 의지는 숨겨

미국과 내년 3월 초를 시한으로 90일간의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무조건 양보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시 주석은 "중국은 타국의 이익을 희생시켜 발전을 도모하지 않겠지만 우리의 정당한 이익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을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시 주석은 "국제 공평 정의를 수호하고 국제 관계의 민주화를 외쳐야 한다"며 "자신의 의지를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강자임을 믿고 약자를 깔보는 것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협상에서 어떤 내용이 논의되든지간에 중국 수뇌부가 공개적으로 머리를 숙이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은 없었다"며 "정치적 리더십 유지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강경한 모습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거친 파도 속 배와 가파른 산속에 있다"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하는 만큼 전진할 수밖에 없다"고 주문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대중 견제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중국은 방어적 국방 정책을 수행하고 중국의 발전은 어떤 국가에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외 팽창 의지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어떤 수준까지 발전하든지간에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개혁개방과 현대화 건설에 대한 외국 친구와 세계 각국 인민의 관심 및 지지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공산당 영도 견지해야"…권력 공고화 추진

시 주석은 이날 연설 내내 공산당 영도와 중국 특색 사회주의로 대표되는 집권 기반을 공고하게 다져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모든 사업에 대한 당의 영도를 견지하는 한편 부단히 강화하고 개선해야 한다"며 "개혁개방 40년의 경험은 당의 영도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본질적 특징이라는 것을 알려 준다"고 말했다.

이어 "당의 집중적이고 통일적인 영도가 있어야 위대한 역사적 전환을 실현하고 개혁개방의 새로운 시기를 시작할 수 있으며 일련의 중대한 위험과 도전도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지난 40년의 실천으로 중국 특색 사회주의 노선과 이론, 제도, 문화가 완전히 옳았다는 게 증명됐다"고도 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개혁개방의 선구자인 덩샤오핑(鄧小平) 이론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신시대 개혁개방을 향해 전진하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 주석을 덩샤오핑과 동급으로 놓은 데 그치지 않고 덩샤오핑의 그림자를 지우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실제로 최근 베이징 국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혁개방 40주년 기념 전시회'의 역대 지도자 관련 전시관은 3분의 2가 시 주석의 업적으로 채워졌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게재한 개혁개방 40주년 연보에도 시 주석이 127차례나 언급됐다. 덩샤오핑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관영 신화통신은 '신시대 개혁의 리더 시진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A4 용지로 19장에 달하는 장문의 기사다.

시 주석은 개혁개방의 성과를 열거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나 상하이수입박람회 등 자신의 집권 이후 치적까지 함께 소개했다.

무역전쟁 등 대외적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을 공고화하는 작업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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