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옥죄니…법인이 아파트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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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기자
입력 2018-10-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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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중기대출 5조4000억 급증…규제 피해 법인대출로 편법 취득

[그래픽=김효곤 기자]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가계대출을 옥죄자 이번에는 법인을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하는 편법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직까지 별다른 규제가 없는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을 이용한 투자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시중은행 중소기업 대출은 전달보다 5조4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9월(5조9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 가운데 법인대출이 3조4000억원, 자영업 개인사업자 대출이 2조원 각각 증가했다. 9월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4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2000억원 감소한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이는 부동산 규제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억제책이 이어지고 정부가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강조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소기업 대출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사들은 은행 문턱이 막힌 자영업자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이용해 주택구매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나마 개인사업자 대출은 금융당국이 뒤늦게 규제에 나서면서 증가세가 어느 정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오는 31일부터 '개인사업자 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고, 이자상환비율(RTI)이 주택의 1.25배, 비주택은 1.5배 이상인 건에 한해서만 신규 부동산임대업 대출을 허용키로 했다. 1억원을 초과하는 신규 개인사업자 대출은 소득대비부채규모(LTI)를 산출해 참고지표로 활용하도록 했다.

문제는 법인대출이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법인대출 문턱을 낮추면서 대출 잔액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아무런 규제도 없다. 실제로 법인대출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개인대출에 적용되는 규제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인 대출을 이용한 주택 구매율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법원경매 사이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16일까지 법원경매에서 진행된 서울 아파트 낙찰건수 총 39건 가운데 법인 명의로 받은 낙찰건수는 모두 12건이었다. 낙찰자 3분의1가량이 법인으로 구매한 셈이다. 9월 같은 기간 30건 중 3건에 불과했던 법인 낙찰자가 10월 들어 4배 늘어난 것이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7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취급하는 중소기업지원자금 676조3000만원 가운데 부동산 및 임대업에만 161조5000억원(24%)이 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법인 대출에 대한 규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소기업 법인 대출이 정부가 장려하는 생산적 금융에 속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을 생산적 금융으로 보기 때문에 규제가 덜하다"며 "자금력이 있는 큰손들이 개인사업자나 법인 등 중소기업 대출을 이용해 다주택을 보유할 수 있어 부동산 양극화 현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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