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민주당 20년 집권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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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전 국회 부대변인)
입력 2018-09-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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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


기원전 221년 중국 최초 통일 왕조가 들어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진(秦)이다.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차이나(China)’의 어원이 된 강력한 제국이다. 주역은 진시황이다. 그는 550년 동안 계속된 춘추전국 시대 혼란을 종식시켰다. 그러나 진은 허망하게도 14년 만에 망했다. 건달 출신 유방(劉邦)이 그 자리를 대신해 두 번째 통일 왕조 한나라를 세웠다. 한나라는 400여년을 지속했다. 진나라 14년과 한나라 400년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사마천은 「사기」에서 너무 서둘러 공을 세우고 성급하게 결과를 보려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시 말하자면 과욕, 즉 속도조절 실패다. 다른 하나는 경직된 언로(言路)다.

진나라 정책은 당시로서는 진보적이었다. 도량형 통일, 봉건제 폐지, 군현제가 대표적이다. 무게와 길이, 넓이, 깊이를 재는 단위를 통일하고, 권력을 중앙으로 집중시키는 군현제는 강력한 통치 수단이다. 그러나 지나친 성과주의와 불통 때문에 단명했다는 게 사마천의 통찰이다. 분서갱유는 최악이다. 사마천은 “위아래 언로가 막히면 나라를 망친다(옹폐지雍蔽之 국상야國傷也)”고 했다. 옹(雍)은 물 흐름을 막는 것, 폐(蔽)는 차단이다. 속도조절 실패와 옹폐는 현 정부에 시사점이 크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시끄럽다. 9월 정기국회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야당은 소득주도성장은 실패한 정책이라며 폐기를 주장한다. 또 통계청장 교체는 경제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한 시도라고 날을 세운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의 핵심은 분배다. 효율적인 분배를 통해 양극화와 불평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소득주도성장은 그 수단이다. 서민들 소득 수준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 증가로 이어져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논리다. 그동안 재벌과 경영자 위주에서 서민과 근로자 중심으로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다. 그러나 선한 의지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는 회의적이다. 경제정책은 선의만으로 담보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러 통계를 제시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자신한다. 대통령부터 청와대 정책실장, 여당 대표, 원내대표까지 같은 목소리다. 일관성을 잃어버릴 때 경제정책은 실패하기에 통일된 메시지는 바람직하다. 문제는 확신에 찬 나머지 아예 귀를 닫는 것이다. 정치권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통계를 끌어 쓰고 있다. 하지만 현장은 다르다.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은 통계 수치를 뛰어넘는다. 그런데 수정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큰 틀에서 정부 경제정책을 지지하면서도 아쉬운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장은 절박하다. 수혜 대상이어야 할 을(乙)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코스닥협회 임원과 저녁 자리를 같이했다. 그는 두 시간 내내 정부 정책을 성토했다.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는 게 주된 논지였다. 그런데 누구도 자신들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며 울분을 토했다. 폐업 또는 동남아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그 주장을 전면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고개가 끄덕였다.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다. 최근에는 콩나물국밥 가게를 운영하는 이로부터 비슷한 푸념을 들었다. 매출은 급감했고 인건비 지출은 늘어 이전만 못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앞서 사마천은 진나라 조기 패망 이유로 성급함과 옹폐(雍蔽)를 들었다. 빠른 시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과 지나친 확신이 문제는 아닌지 고민할 지점이다. 선한 의지를 선한 결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라도 현장 목소리를 폭넓게 청취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가 전체 취업자의 25%를 차지하는 현실을 등한시한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지난 7월 ‘고용 쇼크’도 실상은 자영업자 몰락에 기인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는 상징적인 대화가 나온다. 어떻게 해서 촌락 주민들을 잘 다스리고 있느냐는 인민군 장교 물음에 촌장은 “잘 멕이야지”라고 한다. 먹고사는 문제는 이념을 떠난 정치의 본질임을 간파한 말이다. 모든 정책은 경제로 귀결된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권은 무능하다. 나아가 성패를 좌우한다. 경제문제는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최소한 존엄성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민주당 20년 집권’은 유능한 경제정책에서 시작된다. 그 말이 현실이 되려면 신중하되 유연할 필요가 있다. 사마천은 “가장 못난 정치는 부를 놓고 백성과 다투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정책을 놓고 국민들과 다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객원 논설위원(전 국회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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