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인물전] 송영무, 깨닫지 못한 사내가 내뱉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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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7-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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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 예방법 논의 자리서 부적절 발언 논란 속으로

마이크 잡는 송영무 국방장관. [연합뉴스]


"여자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 이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 "여성이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9일 서울 육군회관에서 열린 성고충전문상담관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군내 성폭력 사건 발생을 예방하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인 만큼 논란이 불거졌다.

송 장관의 발언은 포털사이트 메인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누리꾼의 입방아에 올랐다. 사태가 커지자 송 장관은 "큰딸 하나를 잃고 (작은) 딸 하나를 키우는 아내가 노심초사하면서 (딸을) 교육했던 내용을 언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여자뿐 아니라 남자도 예외는 아니다. 정과 망치를 들고 단단한 돌로 자신이 원하는 형상을 빚는 것이 삶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송 장관은 여성만을 콕 집어 말할 필요가 없었다. 삶의 어려움을 누가 나서서 깨닫게 해줄 필요는 더더욱 없다.

사람은 학습하고 성장한다. 뜻대로 되지 않음을 받아들이고 성숙해진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송 장관의 발언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위해 헌신한 아내와 남성중심주의 사회를 살아갈 딸을 바라보는 연민의 시선이 함께했을 것이다.

그는 "(아내가 딸에게) 택시를 탈 때라든지 남자하고 데이트할 때라든지 등에 대해서 교육을 구체적이고 자세히 시키더라"며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여성이 움츠리고 세상을 살아온 건 분명하다.

윤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과거 인터뷰에서 "같은 행동에도 남녀는 차별을 당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백화점에서 소비할 때 '된장녀로 불리진 않을까' 두렵고, 운전할 때 '김 여사라고 욕먹진 않을까' 두렵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먹고살기 바쁘다던 핑계가 통했던 1970년대는 더했다. 당시 인천에 있던 동일방직은 여성 노동자들이 다수였던 방직회사였다. 이곳에서 한국 최초 여성 노조지부장이 선출됐다. 하지만, 회사와 남성 노동자의 탄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1978년 노조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여성 노동자를 상대로 똥물을 퍼붓는 사건도 있었다. 이때를 여성 일생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으로 회고해야 한단 말인가? 이제 야만의 시대가 끝났다곤 하지만, 매듭이 지어진 것은 아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17년 여성 임금노동자 881만8000명 중 비정규직은 363만2000명(41.2%)이었다. 남성(26.3%)보다 14.9% 포인트 높다. 월 평균임금은 229만8000원으로 남성의 67.2% 수준이었다.

문정희 시인의 시 '작은 부엌 노래'에는 '부엌에서는/언제나 술 괴는 냄새가 나요/한 여자의/젊음이 삭아가는 냄새/한 여자의 설움이/찌개를 끓이고/한 여자의 애모가/간을 맞추는 냄새/부엌에서는···'이라는 의미심장하고 애처로움이 남아 있는 구절이 있다.

여성이라서 당했던 수모와 고통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금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깨닫지 못해 혼란스러운 사내들의 입에서 실수가 내뱉어지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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