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루머에 몸살 앓는 가상화폐 거래소...투자자들만 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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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8-06-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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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래소 업비트 해킹설 급속 유포

  • 세력들 시세조정 후 공매도 의혹

[사진=연합/로이터]


국내 최대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가 해킹설을 부인한 가운데 해킹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유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세력들은 가짜뉴스를 공유, 시세를 떨어뜨린 후 공매도로 차익을 얻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여 시세조종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업비트가 트론 2억8000만개(25일 기준가 135억원)를 도난당했다'는 내용의 정보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유포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오전 11시경 2억8000만개의 트론이 출금 요청된 뒤 승인이 이뤄졌고, 업비트측이 11시20분경 이를 인지해 트론의 입출금을 전면차단 했다는 내용이다. 전문가 의견도 담겼다. 업비트의 공식 API에 큰 취약점이 발견돼 공격을 당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에 대해 업비트 측은 "트론이 이동된 것은 사실이고 시간대 역시 정보지에서 언급된 시간대와 비슷하다"면서 "하지만 이는 메인넷 지원을 위한 것으로 이미 20일부터 입출금이 중단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트론 송금도 보안통제 아래 API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안전하게 전송됐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톡 단톡 대화방 대화내용 중 일부. [사진=독자 제공]


정보지가 유포된 뒤 가상화폐 투자자 카카오톡 단톡방에서는 '5K가자', '하락 재료 준비 완료' 등 코인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대화들이 오고간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5K는 5000달러로 1비트코인 가격이 5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지길 바란다는 의미다. 또 하락재료는 해킹설과 관련된 정보지다. 이는 해킹 루머가 확산돼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이를 매수한 뒤 오를 때 되팔자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일부는 해외 거래소를 통해 공매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격이 하락한 후 매수해 오를 때 파는 것은 당연한 거래 패턴이다. 하지만 보도를 가장한 가짜뉴스를 유포한 뒤 가격을 임의로 떨어뜨려 이득을 취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상 불공정거래에 해당된다.

그동안 악재성 루머를 시장에 유포한 뒤 이를 통해 차익을 얻으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법령이 없어 가상화폐 시세조종 행위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적용받는 금융투자상품은 증권과 파생상품으로 한정돼 있다. 가상화폐 불공정거래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가상화폐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했다. 거래소의 비집금계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가상화폐가 자금세탁 용도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 계좌는 이용자의 자금을 모으는 집금계좌와 경비 운영 등 목적으로 개설되는 비집금계좌로 나뉜다. 모니터링은 집금계좌를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일부 거래소에서 집금계좌로 모은 자금을 비집금계좌로 이체하는 편법을 사용해온 만큼 이를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또 금융사들이 해외 거래소로 송금하는 것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키로 했다. 국내 거래소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매입하고 국내에서 매도하는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하거나 자금세탁을 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은 거래소들의 편법행위를 차단할 수 있지만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견제장치가 아니다"라며 "이대로 방치될 경우 우리나라 가상화폐 거래시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투자자들도 손해를 입게 돼 자본시장법 개정 등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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