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말라드 ①] 재벌의 갑질 역사... 사회 곳곳 '피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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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김지윤 기자
입력 2018-04-1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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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비원 폭행·특허기술 탈취... ·재벌 민낯에 국민 공분

  • 정우현·김만식 일부 오너 도넘은 갑질... 불매운동 이어져

  • 대기업 횡포에 하청업체 직원 자살·중소기업 사업 접기도

 


‘상생협력의 그림자, 유통업체 갑질에 연매출 600억 회사가 망해’, ‘과징금 대신 내라? 한 유통사 갑질에 직원 투신 자살’, ‘대표 때문에 망해 체인점 가맹점주들, 집단손배소’···.

인터넷 검색창에서 ‘갑질’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이다.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의 갑질로 인한 병폐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 등 일부 대기업과 그 오너가(家)의 갑질로 인한 피해 고발이 잇따르면서 과거에 있었던 유사한 행태들도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진정한 반성 없이 흐지부지 넘어간 사태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게 했다는 자성 차원에서다.

재계 스스로는 물론 언론과 학계 등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잘못된 관행과 갑질을 뿌리 뽑아 한층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교사를 위해 사회적 문제가 됐던 갑질 사건들을 재조명해 본다.

◆폭행·폭언 등 도넘은 오너家 갑질
지위를 남용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의미하는 갑질의 유형은 크게 ‘오너가와 개인’, ‘대기업과 협력사’ 두 가지 형태로 드러난다.

오너가와 개인 유형의 대표적인 예로는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MPK그룹)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을 들 수 있다. 그는 2016년 4월 서울 대신동의 한 상가 건물에서 일하는 경비원 황모씨를 폭행했다. 정 전 회장이 같은 건물의 1층 미스터피자에서 식사를 하고 나가기 전에 경비원이 상가 문을 잠갔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적 공분을 산 이 사건으로 인해 정 전 회장이 공식 사과를 했지만 회사는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몽고간장으로 유명한 110년 역사의 대표 장수기업 몽고식품 역시 김만식 전 명예회장이 폭행 사건에 휘말린 바 있다. 그가 운전기사 등을 상습 폭행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갑질 논란'이 일었고 몽고식품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등도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폭언을 하면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일부 오너가가 자신과 회사를 동일시하면서, 그 힘을 남용하는 게 당연시되는 시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부하 직원이라도 함부로 대했다가는 그에 응하는 벌을 받는 시대가 됐으며,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스스로가 회사의 리스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 "협력사, 공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대기업의 협력사들도 갑을 관계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힘의 불균형으로 쉬쉬하던 대기업의 협력사에 대한 갑질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2013년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물량 밀어내기’를 강요하며 대리점주에게 폭언한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다. 이 사건의 여파로 업계 1위였던 남양유업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175억원과 26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더불어 아워홈의 민생품목 침해논란, 현대중공업의 특허기술 탈취, 삼성중공업의 사업권 약탈, CJ대한통운의 책임전가 등의 사건도 수면 위로 떠올라 국민의 공분을 샀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나 여전히 대기업의 횡포와 갑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사, 중소기업들도 우리 경제의 핵심이라는 인식을 함께 하고 공존을 위해서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갑질 논란은 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
문제는 이 같은 갑질들이 스스로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다른 기업들의 도산과 개인의 죽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일례로 2009년 길거리 장사로 청년창업의 신화가 됐던 ‘봉구스밥버거’는 2016년 오세린 대표이사가 마약 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로 인해 가맹점주 300여명으로 구성된 봉구스밥버거 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 대표이사의 마약사건으로 가맹점 매출이 계속 하락하는데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방치하고 있다"고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했다.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대표이사의 범법행위로 일부 대학가의 매장 매출은 30%까지 급락했다. 인터넷상에서는 '봉구스밥버거는 마약버거'라고 불릴 정도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해 가맹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대부분 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세계의 눈과 귀가 이 회사들을 향해 있다”며 “이로 인해 갑질 문제 등으로 계속해서 구설에 오르게 된다면 결국 경쟁력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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