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안희정 쇼크' 몰아친 충남도청 내포신도시…식당 '썰렁' 공무원 '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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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기자
입력 2018-03-0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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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당 주인 "나흘동안 공무원 회식 없어 파리만 날려"

  • 취소된 기자회견 두고 도청 공무원 노조 "비겁함에 분노, 배신 당해"

 

8일 오후 충남 홍성군 충청남도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안희정 기자회견이 긴급 취소되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충청남도’ 하면 ‘안희정’이었고 당연히 차기 대선 주자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건으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이제 믿고 뽑을 정치인이 없네요.”

충남도청이 위치한 홍성군 내포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씨(68)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예전 같았으면 남녀관계로 무마되고 말았을 수도 있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뉴스를 통해 미국에서부터 미투 운동이 시작된 것을 봐 왔다”며 “피해여성은 앞으로도 이번 일을 주홍글씨처럼 떠안고 살아야 할 텐데 시시비비가 명확히 가려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8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기자회견을 취재하기 위해 내포신도시를 찾았다. 차디찬 바람이 부는 3월 초 쌀쌀한 날씨, 내포신도시는 적막하게 느껴질 정도로 한산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식사하러 나오는 공무원들이 도청 밖으로 나올 법도 했지만 도청과 횡단보도 하나를 두고 즐비해 있는 주상복합 식당가를 지나다니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요 손님들은 도청 공무원들이었다”며 “도청에서 점심 회식도 많이 하고 장사가 잘됐는데 나흘 만에 파리만 날리고 있다. 도청 내에서 쉬쉬하고 있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일부 도민들은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가 드러나기 전부터 갈등을 겪고 있던 내포열병합발전소 문제와 관련해 걱정과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 다른 식당업주인 신모씨는 “안 지사가 수도권에서야 대권 주자였지, 충남에서는 열병합발전소 문제도 그렇고 지지층이 두껍진 않았다고 본다. 찌는 여름에도 애엄마들이 열병합발전소 폐기물 사용을 반대하는 집회를 해서 나도 참여했다”며 “성폭행 문제만큼이나 이 폐기물 문제도 주민들에게는 심각한 사안인데 이대로 사퇴해버려 문제 해결이 더 늦어지게 생겼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날 안 전 지사가 성폭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한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어 오전 11시께부터 도청사에는 수십명의 취재진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전날 밤부터 인근에서 숙박을 하는가 하면 취재를 위한 자리싸움을 치열하게 벌였다.

다수 도청 직원들은 취재장비로 둘러싸인 1층 로비를 휴대폰으로 찍기도 했고 삼삼오오 모여 구경했지만 말을 아끼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충남도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안 전 지사 사건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는 겸연쩍게 웃으며 회피하는가 하면 황급히 자리를 떴다. 

안 전 지사 측은 오후 1시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드리려 했지만 이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김태신 충남도청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안 전 지사를 이제 안희정이라고 부르겠다. 권력관계를 사유화해 다수의 여성들을 성폭행한 범죄에 대해 또 한 번 분노한다”며 “첫 피해자 발생 후 4일 동안 연기처럼 사라졌는데 기자회견조차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또 숨어버렸다. 당신의 비겁함은 충남도정의 시계를 수십년 후퇴시켰다. 대한민국과 도민과 도청 직원은 당신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시민단체 대표가 안희정 전 지사 기자회견이 취소된 이후 수사를 촉구한다고 외치고 있다. [사진=최영지기자]


도청 브리핑룸에 난데없이 한 시민단체 대표가 들어와 “안희정한테 던지려고 낙동강 오리알을 준비해 부랴부랴 기차를 타고 내려 왔는데 돌연 기자회견 취소라니 전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외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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