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로스쿨10년 명암-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로스쿨은 우수 인재들의 잠재력 발견할 수 있는 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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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기자
입력 2018-01-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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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된 지 10주년을 맞는다. 법조인 등용문이었던 사법시험 제도가 막을 내렸고, 로스쿨 제도로 계속해서 법조인이 양성된다. 내년에는 전체 2만여명의 변호사들 가운데 절반이 로스쿨 출신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시행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거둔 성과와 향후 과업을 살펴봤다.

민만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제30회 사법시험과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에 모두 합격한 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부장검사로 재직했다. 이후 2011년 10여년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나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교편을 잡았고, 후배 육성에 힘쓰고 있다.

[사진=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제공.]


그는 2009년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지난날을 돌이키며 로스쿨 제도 도입 취지에 걸맞게 다양한 경험과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변호사로 양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 원장은 “이번에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 한 명은 골프 국가대표 출신이다. 예전 사법시험제도였다면 이 학생이 법조인이 되기 힘들었겠지만 로스쿨 제도를 통해 변호사가 될 수 있게 됐다. 지금 이미 김앤장에 컨펌된 상태다”며 “이처럼 로스쿨 제도는 법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해 성대 로스쿨 재학생 응시자의 85% 이상이 한 번 만에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로스쿨을 평가할 때 로클러크(법원 재판연구원), 검찰, 대형로펌 진출 등이 기준이 되기도 하는데 성대의 경우 공직 분야의 진출은 특히 전국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성대에서 9명이 로클러크로 진출해 로스쿨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민 원장은 “로클러크를 마친 사람들은 5년 동안 변호사나 검사를 거쳐 판사로 지원을 하게 된다”며 “성대 로스쿨 1기 중에는 기존 3년 실무를 거쳐 판사로 임용된 경우도 있다. 이외에 다수 학생들이 검사로 임용되거나 대형로펌에 취업한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매년 로스쿨 측과 대한변협을 포함한 법조인단체들은 로스쿨 합격인원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로스쿨 측에서는 로스쿨 정상화를 위해 합격인원을 최대한 늘리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변협 측 위원들은 로스쿨 변호사 배출을 줄이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치러진 제7회 변호사시험에는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인 3490명이 응시했다. 2012년에 있었던 제1회 변호사시험에 지원한 인원보다 두 배 많은 숫자이다. 이에 따라 합격률은 2012년 87%에서 지난해는 51%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번 시험 합격률은 50%보다 낮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도별 변호사시험 합격자수]


민 원장은 “매년 배출되는 졸업생수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보다 많다는 문제도 있다”며 “이 때문에 기존 법조인 사이에서는 로스쿨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로스쿨 정원을 더 늘리고, 변호사 시험 합격률 또한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원장은 이어 “로스쿨 변호사들의 실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고 끝이 아니다”며 “앞으로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많은 분쟁이 심화되면 이를 해결할 법률가의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고 기존 법조인들이 하지 못한 영역을 로스쿨 변호사들이 자기 분야로 만들어 연마하고 실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뉴욕주의 경우에도 전체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약 70% 정도는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체 법과대학 정원의 75%를 합격시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해 응시자 대비 70% 이상을 합격시킬 수 있게끔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이론으로서의 법학교육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들린다. 민 원장은 “로스쿨 학생들이 변호사 시험에만 매달리고, 로스쿨에서 실무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과도기적으로 생기는 현상이지만 앞으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로스쿨 출신들 중에서도 학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유학을 하거나 박사 과정에 진학해서 학문으로서 법학 연구 전통을 이어 갈 것이다. 다만 기존 학계에서 학문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하여 이들을 키우려고 노력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또 실무 교육 위주의 로스쿨 커리큘럼으로 기초법학이 외면받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실제로 법철학이나 법사회학, 여성법학 등 기초법학 분야의 경우 변호사시험에 출제되지 않는 과목이기 때문에 소수의 학생들만 로스쿨에서 기초법학 과목을 수강하는 실정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시험 합격률이 50%인 상황에서 다른 공부를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민 원장은 “예전 법과대학에서는 학문적으로 관심을 갖고 이 분야에 매진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변호사 되는 게 목표니까 기초법학분야가 황폐화되고 있다는 우려감이 크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컨대 법철학이나 법사회학 등 기초법학 과목을 한가지만이라도 선택해서 필수로 듣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는 것을 꼽았다. 기초법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도 수험에만 매몰되고 있기 때문에 합격률을 높이고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 원장은 앞으로 로스쿨이 더욱 경쟁력을 가지려면 합격률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에 있는 로스쿨들도 공부를 잘 시켜서 우수한 학생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지만 합격률 공개가 되지 않아 여전히 기존 대학 서열대로 로스쿨의 등급을 매기고 있다. 로스쿨의 순위는 기존 학교 순위와 크게 다를 수 있다. 학교마다 합격률을 공개하는 것이 선의의 경쟁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로스쿨별 합격률을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이미 크다. 학교별로 합격률을 공개하면 대학 서열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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