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터키 관계 급랭..쌍방 비자발급 전격 중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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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7-10-0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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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AP/연합]


미국과 터키의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지난주 터키에서 미국 영사관 직원이 체포된 이후 양국 갈등이 고조되면서 쌍방 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하는 사태에 이른 것이다. 

이 소식이 나온 직후 금융시장에서 터키 리라화 가치는 달러 대비 장중 4% 넘게 미끄러졌다. 리라는 이후 낙폭을 다소 만회해 9일 아시아 시장에서 전일비 2.8% 가량 떨어진 달러당 3.7192리라에 거래되고 있었다.

비자 발급 중단에 먼저 나선 것은 미국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 소재 미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최근 사건으로 인해 미국 정부는 미국의 외교 직원과 시설의 안전을 지킨다는 터키의 약속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재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 외교 시설 방문자 수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비자 발급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몇 시간 뒤 미국 워싱턴 소재 터키 대사관 역시 미국의 것과 동일하되 주어만 바꾼 동일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맞대응했다.

이같은 조치에 미국 입국을 계획하는 수많은 터키인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무부 집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터키 소재 미 대사관과 영사관은 관광, 치료, 사업 등 목적의 비이민 비자 11만3240건과 이민 비자 4834건을 각각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 모두 성명에서 “최근 사건”이 무엇인지 정확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일제히 지난주 이스탄불의 미 영사관에 근무하던 직원이 터키 당국에 의해 체포된 사건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 4일 터키 당국은 미국에 체류 중인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추종조직과 연계됐다는 혐의로 미 영사관 직원 메틴 토푸즈를 체포했다. 터키는 지난해 발생한 쿠데타 시도의 배후가 귈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터키가 구속된 미국인을 귈렌 송환을 위한 협상카드로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터키 에르도안 정부는 미국에 지속적으로 귈렌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터키가 제시한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거절해왔다. 

FT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주 전 수도 앙카라에서 경찰들에게 전한 연설에서 약 1년째 구속 중인 미국인 목사 앤드류 브룬선을 귈렌과 교환하는 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 점은 터키가 귈렌 송환을 위해 미국인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터키는 미국뿐 아니라 독일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터키 당국은 지난 7월 독일 인권운동가 페터 슈토이트너를 테러 관련 혐의로 구속한 뒤 지난 8일 그에게 15년 징역형을 구형했다.

슈토이트너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던 독일 정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독일 관영매체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지그마이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은 8일 성명을 통해 "15년 징역형 구형은 우리로서 결코 이해할 수 없으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쿠데타 관련 혐의로 터키 당국에 체포된 이는 11명에 이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년 7월 발생한 쿠데타 진압 후 반대 세력에 대한 대규모 숙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터키 당국이 지금까지 정치적 이유로 체포한 사람은 5만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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