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조선산업, 값싼 배 대량생산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기술력 입증 '조선강국'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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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차이나 박은주 기자
입력 2017-09-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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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조선사 2곳, 프랑스 해운사와 역대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 9척 수주의향서 체결

  • 대형 국영조선사 합병 땐 시너지 효과 기대… 글로벌 해운 경기 회복도 호재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OOCL 홍콩'[사진=연합뉴스]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 건조 일감을 따내는 등 빠른 속도로 세계 기술력을 따라잡으면서 세계 조선업계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배를 값싸게 대량 생산한다는 의미의 '조선(造船) 대국'이라고 불렸던 중국은 이제 탄탄한 기술력까지 갖춘 '조선 강국'으로서의 이미지 쇄신에 성공하고 있다.

해외 조선·해운 분야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와 이베스트투자 등에 따르면, 세계 3대 해운사인 프랑스 컨테이너 선사 CMA CGM은 최근 중국 조선소 두 곳과 2만20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9척(옵션 3척 포함) 발주를 위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수주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중국 조선소 두 곳은 바로 국영기업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 산하의 조선사 후둥중화(滬東中華)와 상하이와이가오차오(上海外高橋)다. 이들은 각각 5척과 4척을 건조하게 되며, 수주액 규모는 최대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벙커씨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모두 사용하는 '이중 연료(dual-fuel)' 시스템을 갖춘 초대형·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까지 따내며 점점 경쟁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을 휩쓸며 기술력을 앞세웠던 한국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중국 조선업체들이 이제 기술력 부분에서도 격차를 좁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주전에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한국 대형 조선 3사가 모두 참여했고, 현대중공업이 막판까지 중국 조선사들과 경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앞으로의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전에서 중국에 밀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제 고부가가치 선박 같은 분야에서도 기술력보단 가격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조선 산업의 경쟁력은 길어야 2~3년 안에 중국 기업들에 따라잡힐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 세계 조선시장은 중국, 한국, 일본, 유럽 위주의 4자 경쟁 구도를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수주실적 등 다방면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리며 '기반 다지기'에 들어갔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Clarkson)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가별 누적 선박 수주실적은 중국이 422만CGT(195척)로 1위를 지켰다. 한국은 348만CGT(104척)로 중국의 뒤를 이었다.

8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7471만CGT로 6개월째 8000만CGT를 밑돌았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2583만CGT(점유율 34.6%)로 가장 많고 이어 일본 1612만CGT(21.6%), 한국 1610만CGT(21.6%) 순이다.

이처럼 글로벌 조선업계의 다크호스로 성장한 중국은 업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선박 건조에 대한 중국 내부에서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조선업계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최신 기술을 응용한 중국의 조선업 중 일부 분야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중국 유력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신랑(新浪)은 최근 선박의 뼈대와 몸통 제작에도 최신 기술력이 도입돼 건조 주기가 매우 단축됐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조선 관련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중국 조선업 수준이 종합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외국의 선진 기술을 흡수한 중국은 자체 건조능력을 키우고 첨단기술을 결합해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를 가능케 했다. 이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든든한 뒷받침이 있었다. 중국 당국은 조선산업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며 물질적 지원 등에 나섰다.

중국은 선사들 간의 인수합병을 활발히 진행하는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오며 성장했다.

중국 국영 해운사인 원양해운(코스코COSCO)그룹은 지난 2015년 정부 주도 아래
중국해운(차이나시핑 CSCL)과 합병해 자산 150조원이 넘는 '해운 공룡'이다.

올해에는 홍콩 오리엔탈 오버시스(OOCL)도 인수하며 덴마크 머스크라인과 스위스 MSC에 이어 물동량 기준 세계 3위의 거대 컨테이너선사로 우뚝 서게 됐다. 코스코는 미주-아시아 항로에서 최대의 컨테이너 선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중국에서 각각 '남선(南船)'과 '북선(北船)'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양대 국영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CSIC)과 CSSC의 합병 소식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두 기업의 합병은 조선업계에서는 오래된 관심 주제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합병되면 일으킬 시너지 효과에 대해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궈진(國金)증권은 "중국 당국이 최근 자체 군함선을 제작하기 위해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가 두 기업 모두 내부 조정의 막바지에 가까워져 왔다"면서 "올해 조선업계의 흐름으로 봤을 때 '남북선 합병'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코스코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434억4600만 위안(약 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59% 늘었으며, 18억6000만 위안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이로써 지난해 99억 위안의 적자를 본 것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글로벌 해운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데다가 합병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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