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양안관계 악화에 홍콩 ‘일국양제’ 보는 속내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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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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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선영 대만통신원]


타이베이(대만) = 엄선영 통신원

대만도 7월 1일 홍콩의 중국반환 20주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겉으로는 엄연한 국가인 자신들과 홍콩은 다르다며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어쩌면 자신들의 미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현재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관계가 내일의 일국양제로 바뀐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 일각에서는 일국양제가 나중에 대만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 보고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홍콩 독립에는 출로가 없다”며 “누구건, 어떤 방식과 명분이건, 대만을 조국에서 분열시키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상태다. 민진당 소속의 차이 총통은 양안관계의 재설정을 주장하며 국민당의 오랜 집권을 종식시킨 인물이다.

대만 TVBS가 차이 총통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에 대한 지지율은 28%에 불과했다. 이는 역대 대만 총통 취임 1년 기준으로 최저치였다. 첫 대만 여성총통, 8년 만의 정권 교체 등의 화려한 각종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다.

친(親) 중국 행보를 보였던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과 달리 차이 정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대만 독립 외교 노선을 걸으면서 지난 1년간 양안관계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친중국성향의 국민당 소속 정치인인 뤼칭웨이(呂謦煒)는 “어떤 형태로든 완전한 의미의 독립을 할 여건은 되지 못한다는 점은 비슷하다”면서도 “대만은 홍콩보다 더 크고, 군대와 중앙정부가 있다는 점에서 홍콩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대만의 언론들도 부동산 폭등,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문제 등 홍콩의 부정적인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

대만 언론인 리우즈웨이(劉子維)는 BBC 중문판에서 “많은 홍콩인들이 해외로 이민을 가고 있는데, 대만이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라며 대만으로의 이민을 추천하기도 했다.

대만 행정원대륙위원회는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대만의 주류 민의는 일국양제를 반대하는 것이며, 대만과 중국과의 일국양제는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행정원대륙위원회는 대륙정책, 양안 교류협력 법률 처리, 홍콩·마카오 관련 전반업무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이다.

양안관계(兩岸關係)에 대한 대만 시민들의 생각은 다양한 민족만큼이나 다양하다. 본성인과 외성인, 세대별로 입장이 다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를 기본 가치로 일국양제 체제에는 완강히 반대한다는 것이다.

타이베이의 한 시민은 “대만은 민주주의가 발달된 국가”라며 “양안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정책결정을 내릴 때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민의를 반영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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