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모든 인종을 '우리'라는 범주에 놓고 차별말고 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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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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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BBC]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인 지난달 10일 'BBC 인터뷰 사고'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부산대학교 켈리 교수는 10일 자택에서 BBC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한 영상 인터뷰를 하던 중이었다. 엄중한 표정으로 문답을 이어가던 중 자녀들이 차례로 방에 들이닥쳤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켈리 교수의 한국인 아내가 황급히 들어와 아이들을 끌어내렸지만 인터뷰는 수 초간 정지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부 언론과 네티즌이 켈리 교수의 아내를 '보모'로 인식하면서 돌연한 인종 차별 논란까지 일었다. "동양 여자를 자연스레 보모로 인식하는 건 인종 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많은 인터뷰를 고사하던 켈리 교수는 그의 가족과 부산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의 부인 김 씨는 일부 외신에서 자신을 ‘보모’라고 표현하면서 벌어진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역사적 경험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이해한다"며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그런)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달 21일은 '국제 인종 차별 철폐의 날'이었다. 국제연합(UN)이 이날을 선포한 지 51년을 됐지만 세계 곳곳에선 여전히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해 각종 갈등과 마찰을 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어가면서 한국도 다문화 사회에 접어들었으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는 ‘한 민족’이며 ‘단일 민족’이라는 사상을 가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2015년 19세~73세 전국 성인 4000명) 한국인의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100점 만점 기준 53.95점으로 나타났다.

 다른 인종을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응답자가 4명 중 1명(25.7%) 꼴이었다. 미국(5.6%)과 네덜란드(8.2%) 등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다른 인종이나 종교, 문화를 가진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55.3%로 2011년(39.4%)보다 오히려 15.9%P 늘었다. (참고: 뉴시스 - ‘켈리 교수 부인이 보모?...인종차별, 우리는 자유로운가)

 2015년 12월 3일 해피투게더에서 한국의 유명인들이 미국 학교 재학 시절 당한 인종차별에 대해 논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들은 각각 얼굴에 침 뱉기, 비하 용어 쓰기, 장난감 날리기, 철제 사물함 일부러 세게 열어 다치게 하기 등의 각종 차별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또한 최근에 인디언 흑인 소녀의 이야기 ‘모아나’라는 영화가 개봉하면서 ‘겨울 왕국’과 같은 노선에서 How fall I'll go라는 ost를 내걸었으나 지난 디즈니 작품 중 황인과 흑인을 배경으로 했던 ‘포카혼타스’와 ‘뮬란’과 같이 하강 노선을 그리며 한국 내의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해 1966년에 UN 총회에서 매년 3월 21일을 국제 인종 차별 철폐의 날로 제정했다. 이 날은 1960년 3월 21일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샤프빌에서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며 평화적 집회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에 의해 69명의 시민들이 희생됐던 사건으로부터 유래됐다. 당시 남아프리카에서는 약 16%의 백인이 84%의 비백인을 정치적·경제적·사회적으로 차별해 왔다. 이 때문에 백인들만을 중심으로 세워진 국민당의 단독정부 수립 후 더욱 확충·강화돼 아파르트헤이트로 불리게 됐다. 이 말의 뜻은 분리, 격리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인종차별주의 법과 관습들은 많은 나라에서 폐지되었고, 유엔을 비롯하여 인종차별주의와 싸우는 세계적인 틀을 확립했다.

 세계 인권 선언의 첫 번째 조항은 “모든 인간은 존엄과 권리를 지니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라고 확언한다. 우리는 이 인권 선언을 들었고 알고 있으나 ‘흑인은 노동력 제공자, 백인은 지식 제공자’와 같이 성급하게 일반화를 시켜버리고 마는 경향이 있다. 샘 오취리라는 가나 연예인이 jtbc ‘말하는 대로’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이 겪었던 인종 차별에 대해서, 그리고 한국에서 느낀 감정에 대해 말했다.

 본인이 한국에 와서 차별을 당하고 있을 때에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고, 그에게 ‘흑형’이라는 차별적 단어를 사용하며, 대부분의 매체들에서 흑인들이 맡는 역할들이 악인이라는 것이었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당시 ‘흑인 출입 금지’라는 한 식당의 안내문을 보고 너무나 슬펐고 안타까웠고 분노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 남아 있는 이유는 ‘우리’라는 단어가 매우 아름답기 때문이다고 했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오취리에게 명절날 함께 해 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우리 572학교-를 세울 때에 많은 한국인들의 후원이 있었기에, 자신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본인이 지금 이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고 수줍은 고백을 했다.

어떻게 따지면 ‘우리’라는 단어가 ‘한민족’에서 시작한 너무나 작은 범주에서 시작했을지 몰라도 다르게 생각해 보면 ‘우리’라는 단어는 그 누구에게나 사용할 수 있는,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단어인 것 같다. ‘우리’라는 말의 정의는 ‘어떤 대상이 자기와 친밀한 관계임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한국에서 ‘나’, ‘너’라는 단어보다 ‘우리’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는 만큼 우리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하지 않고 ‘우리 함께’ 공존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글=대한민국청소년기자단 4기 김유진 기자(아주경제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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