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쇼핑’ ‘리베이트’ 만연…사후면세점 병폐 ‘한류 관광’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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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25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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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한 사후면세점. 4년새 4배 가까이 폭증한 사후면세점은 아파트단지 등과 인접해 지역민들의 민원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사진=네이버지도]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为什么人参吃好?(웨이션머런션츠하오)”

“왜 인삼을 먹으면 좋은지 아세요?”
중국인 관광객(유커·游客)를 한가득 실은 관광버스 안에서 가이드의 설명이 한창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건강식품을 파는 사후면세점에 다다를 즈음 가이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급기야 “제발 사달라”며 무릎을 꿇는 경우도 있다.

유커 대상 전문 여행사들이 국내 사후면세점에 다다르기 전 벌어지는 흔한 풍경이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중국에선 구할 수 없는 귀한 고려 인삼”이라는 점원들의 호객이 이어진다. 1시간여 뒤에 다시 버스에 오른 유커들의 손에는 인삼 한 상자가 저마다 들려 있다.

지난 주말 4박5일 일정으로 제주-서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료모(刘·31)씨는 나흘간 매일 3~4회 쇼핑을 하고, 밤늦게서야 숙소로 귀가하는 코스를 반복했다. 귀국할 때는 내가 관광을 온 것인지, 쇼핑을 하러 온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사후면세점에서 파는 물건들이 과연 제대로 된 제품인지도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에 운영 중인 사후면세점(Tax Free: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면제)은 최근 4년 사이에 4배나 폭증, 1만4000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가 보증하는 ‘우수 쇼핑점’은 극소수(1004개)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과 국내 면세점업계의 과당 경쟁이 맞물리면서, 사후면세점들의 싸구려 쇼핑은 도를 넘는 수준이다. 흔히 면세점들이 여행사 측에 주는 ‘판매 장려금’이란 이름의 모객(募客) 수수료를 너도나도 올리면서, 다람쥐 쳇바퀴식 쇼핑은 계속 늘고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중국 전담 여행사들은 3~40만원짜리 저가 패키지를 통해 모객을 한다”면서 “여기서 생기는 적자를 면세점 모객 수수료로 메우기 위해 쇼핑 횟수를 늘릴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시내면세점(Duty Free)은 통상 매출의 10~20%를 여행사에 모객 수수료로 주는데 경쟁이 심한 사후면세점은 최대 60%까지 수수료를 준다”면서 “수수료가 오르면 소비자에게 저가 상품을 비싸게 팔아 가격 부담을 지우고 쇼핑을 여러번 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사후면세점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초등학교와 주택가, 아파트단지 근처까지 점령하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크게 반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 염리초 학부모들은 사후면세점 건립 공사 현장에서 어린이 안전을 위한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문제가 많아지자, 현재 관할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는 사후면세점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해 정부가 면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한국의 저가 패키지 관광이 문제로 부상하자,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연말부터 유커들의 방한 규모에 제동을 거는 한편 ‘일일 1회 쇼핑제한’ 조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는 사후면세점이 직격탄을 맞을 뿐만 아니라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 등이 차례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사후면세점의 불법 주정차나 비도덕적 상술, 과도한 리베이트 등 다양한 문제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를 담당할 주무관서가 따로 없어 특히 문제”라면서 “국세청·관세청·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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