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촛불집회] 전국 곳곳 190만명 집결 '사상 최대'… 정국 최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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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27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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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시민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조득균 기자]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첫눈과 비가 내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전국 곳곳에 190만여 명(서울 150만명.지방 40만명)의 시민들이 몰리면서 정부를 향한 '성난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평화적인 기조를 유지했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에 150만명, 지방에 40만명이 모이는 등 전국적으로 190만명이 집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100만 촛불이 모인 지난 12일 3차 집회와 19일 4차 집회 이후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경찰은 서울에만 27만 명, 지방에만 6만 명이 집결해 전국에서 33만 명이 모인 것으로 최종 추산했다.

이날은 청와대 200m 앞까지 접근하는 이른바 '코앞 행진'과 집회가 가능해지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더욱 거세졌다.

앞서 법원은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청운동주민센터,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 새마을금고 광화문지점, 삼청로 세움아트스페이스 등까지 행진 및 집회를 허가했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 이번에 조금 더 허용 범위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사상 최초로 청와대를 동·서·남쪽으로 둘러싸는 집회가 열렸다.

오후 4시부터 열린 사전행진에서 참가자들은 세종대로에서 출발해 청와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신교동 로터리(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까지 행진했다. 일대에 모인 수만명의 시민들은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서로가 인간띠를 연결해 청와대를 둘러쌌다. 시민들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질서있게 이동했고 집회 장소에선 폴리스라인을 준수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행진 허용 시간인 오후 5시 30분을 넘긴 뒤에도 경찰을 향해 "시민들의 행진권을 보장하라"며 신교통 로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또 따른 일부 시위대는 북악산 펜스를 넘어 청와대로 접근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찰 병력과 승강이가 벌어졌지만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본집회에서는 뮤지컬 배우들이 영화 레미제라블에 나온 '민중의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돋구었다. 지역가수와 노래패 등이 가사를 개사한 공연을 펼쳤고 자유발언, 거리행진도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자유발언에 참가한 고등학생 김모군은 "지금 이 시간에도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곳(광화문광장)에 나오게 됐다"면서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나라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박근혜 대통령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리 곳곳에선 가족과 친구, 연인 등 다양한 형태로 모인 시민들은 우산을 쓰거나 비옷을 입고 각자의 손에 메시지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앞서 시국선언을 했던 서울대교수 100여 명과 트랙터를 타고 상경한 농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광장 입구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천막을 설치해 참가자들한테 양초와 손팻말, 커피를 끓여 나눠주기도 했다.

지난 주말 집회와 마찬가지로 100만명 이상이 모인 광장에는 촛불 파도타기의 진풍경도 연출됐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동시에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박근혜는 당장 퇴진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8시에 접어들자 주최 측이 예고한 장엄한 '1분 소등 운동'이 시작됐다. 수십만명의 참가자들로 빼곡히 들어찬 광화문광장은 일순간 칠흑같은 어둠으로 변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후 시민들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외치며 다시 촛불에 불을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본행사를 마무리한 시민들은 청와대 방면으로 2차 도심 행진을 시작했다. 세종로사거리에서 출발한 9개 경로 행진도 평화롭게 진행됐다.

시민들은 새문안로와 정동, 서소문로, 종로, 소공로, 을지로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내자동 사거리에 모였다. 이들은 내자동 사거리에서 평화롭게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차량에 설치한 전광판을 통해 "집회 시위자 여러분, 준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통해 선진시위 문화를 정착해 갑시다"라고 당부했다.

시민들은 청와대 인근을 둘러싼 '경찰차벽에 꽃무늬 스티커를 붙이며, 평화적인 시위를 이어나갔지만, 정부를 향한 성난 목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경찰은 280개 중대 2만 5000여명의 병력을 투입해 청와대 인근 행진 및 광화문광장 등 각각의 집회 지점에서 시위대와 대치했다. 일부 시위대는 자정무렵까지 창성동 정부청사 별관, 통의로터리 등에서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12월 3일에도 어김없이 6차 촛불집회를 열겠다는 방침을 드러냈다. 아직 구체적인 방식과 행진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이날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울역광장에서는 보수시민단체의 맞불집회가 진행됐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 주관한 '제4차 대통령 하야반대 및 안보지키기 국민대회'는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엄마부대봉사단'등 보수단체 600~700여명(경찰 추산)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집회 현장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연신 외쳤다. 당시 보수단체 회원 중 일부와 시민 간 언쟁이 오가기도 했지만 다행히 큰 마찰 없이 집회가 마무리됐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수십만명의 시민이 들어올린 촛불이 도심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사진=아주경제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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