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제안] 개헌, 향후 일정과 전망...개헌 내용에 따라 시간만 허비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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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0-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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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의 의지를 피력하면서 개헌절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먼저, 헌법 개정에 관한 절차는 현행 헌법 128조부터 130조까지에 명시돼 있다. 개헌은 크게 보면 4단계로 진행되는데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 △국회 의결 후 국민투표 실시 △대통령의 개정 헌법 공포 순이다.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 대입해 보면, 청와대와 여야에서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모두가 합의한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 국회 재적의원이 300명 중 과반수인 151명 또는 대통령이 이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된다. 대통령의 임기연장 및 중임을 담은 개헌은 대통령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이에 찬성해야 한다. 현행 재적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것이다. 국회의 의결 후엔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해야 하고,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헌법 개정은 확정되고 대통령은 이를 즉시 공포한다. 다만, 개헌안 발효 시기는 부칙으로 정할 수 있다. 개헌의 경우, 일반 법률과는 달리 대통령의 거부권을 행사는 불가능하다.

개헌의 전체적 절차가 헌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쟁점은 제도가 아닌 ‘개헌의 내용’에 있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나온다. 개헌을 통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여야, 정부 인사가 포함된 개헌 특위에서 어떻게 합의안을 도출할 것이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국회 의결, 국민투표 등을 통해 추진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기술적인 문제에 불과한 셈이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당시에는 국회가 개헌을 주도했다. 당시 국회는 6·29 선언 이후인 민정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 4명씩 총 8명이 포함된 정치회의를 구성한 바 있다.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이후 여야 협상을 바탕으로 개헌안 전문을 확정하고, 헌법 개정안을 공고했다. 이어 국회에서 의결 후 그해 10월 27일 국민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현 정권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는 상태다. 박 대통령이 개헌특위 구성을 시사한 대로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나 기구가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이다. 위원회에는 국무조정실과 행정자치부, 법무부 등의 관계 부처와 헌법 전문가 등도 합류할 전망이다. 개헌 논의를 위한 실무 작업은 법제처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1월 노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원포인트' 개헌을 꺼냈을 때도 '헌법개정 추진지원단'이 구성됐다. 당시 지원단은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법무부 차관, 법제처 차장, 국무조정실 기획차장 등 관계 부처 차관급 인사와 국무총리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법제팀과 총괄팀, 대외협력팀 등 3개 팀으로 운영됐고, 국무조정실 기획차장이 반장을 맡은 실무지원반도 만들어졌다. 같은해 4월 지원단은 헌법 개정안 최종안을 확정하고 법제처에 심사를 요청하면서, 헌법 개정안에 대한 공개 토론회도 개최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추진하는 개헌안은 결국 권력구조 개편에 방점에 찍혀 있기에 대선을 앞두고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다”며 “4년 중임제나 이원집정부제 등으로 정리되는 게 아니라 세부적인 부분에서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헌 특위에서 100명의 국회의원이 반대하지 않을 만한 개헌안을 마련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헌을 두고 옥신각신하면서 시간만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 이후 이에 대한 차기 대선주자들의 반응도 연이어 터져나왔다.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 야권 인사들은 개헌에 반대를 표명한 반면, 김무성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제안에 적극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권력형 비리 게이트와 민생 파탄을 덮기 위한 꼼수로 개헌을 악용해선 안 된다"며 "박 대통령에 의한, 박 대통령을 위한 개헌은 절대 안 된다. 정권 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이라도 만들자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을 하시겠다는데 지금 현재 우병우, 최순실, 이런 일을 덮으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께서 개헌과 4년 개헌 중임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박 대통령께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현재 양당 체제에 극도로 유리한 선거 체제는 그대로 두고 개헌을 하는건 양당이 나눠먹자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개입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지 않을까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서 빠져달라"며 "개정 전까지 있는 헌법만이라도 제대로 지키고 실천하자. 헌법 개정 논의의 객관적 필요성에 동의한다 해도 지금과 같은 낡은 정치로는 새 헌법도 곧 또 바꾸자고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이 대선주자들도 개헌 제안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큰 결단에 환영과 존경을 표한다"며 "박 대통령께서는 빠른 시일 내에 여야 지도부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만나 개헌이라는 큰 결단을 내리신 대통령의 뜻을 상세히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승민 의원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서는 국민이 그 의도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면서 "당초 대통령께서 우려하셨듯이 대통령과 정부마저도 개헌이라는 '블랙홀'에 빠져 당면한 경제위기, 안보위기 극복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등한시한다면 이는 국민과 국가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 ‘리빌딩’의 차원에서 대통령께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 것을 환영하며,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대 토론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개헌 논의가 특정 시기를 못 박아 놓고 꿰어 맞추기 식으로 진행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공학적으로 흘러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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