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놓고 법원과 금융위 갈등 고조···청산 여부 확정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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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0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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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한진해운을 두고 금융위원회와 법원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청산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금융위가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법원은 금융위의 월권에 언짢은 기색을 보이고 있다.

법정관리신청 후 한진해운의 운명은 법원이 실사를 통해 판단해야 하는데, 우량자산 매각에 대한 언급은 청산을 전제로 한 계획이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후 금융위가 우량자산 매각 등을 언급하면서 법원과의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시 ‘청산’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통합도산법에 의해 모든 판단의 주체가 법원으로 넘어온 이상, 한진해운의 처리 방향이 ‘회생’이 될지 ‘청산’이 될지는 법원이 처음부터 실사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전부터 우량자산 매각을 언급하는 행태는 ‘청산’을 전제로 한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중단 선언 이후 한진해운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문제는 이에 앞서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에 열린 금융시장 점검회의에 참석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 매각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이다.

정 부위원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우리나라 해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며 “이를 대비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 우량자산을 인수해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지난 1일에는 임종룡 위원장도 “한진해운의 향후 처리방향은 법원이 결정하겠지만 청산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를 대비해 태스크포스(TF) 가동 등을 통해 일부 우량자산 인수 등을 사전에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법정관리가 개시도 되기 전에 금융위가 한진해운을 ‘청산’ 분위기로 몰고 가자 법원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지난 1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방안은 법원과 전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다”라며 “법원은 회생 절차 내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적정 가격에 한진해운의 영업 또는 자산을 양도하는 등의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나 이는 효율적인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청산을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금융위 관계자는 1개 남은 국적선사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시사하는 수준의 언급이라고 이면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외 수많은 채권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한진해운의 처리방안에 대해 정부가 사법부의 권한까지 과도하게 개입하면서 오해의 소지를 불러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진해운 자산에 대한 법원의 보전처분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장이 나서서 우량자산 매각 등을 언급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더군다나 금융위원장은 중립적인 제3자가 아닌 채권 금융기관의 대표라고 불려지고 있는데, 정부가 채권자를 대표해서 한진해운에 대해 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의 다른 채권자들과 이해관계가 다를 수도 있어 여차하면 통상마찰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며 “금융위의 말대로 공개입찰 방식에 따라 가격 순으로 매각할 생각이라면, 굳이 당연한 원칙을 거론해 오해를 살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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