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87 체제] [上] 87년 체제를 넘어라…“총 9번 중 6번 집권용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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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6-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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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정치사 개헌, 장기집권 획책 아픈 어두운 그림자…87년 체제 이후에도 번번이 무산

  • 대통령 권력구조 넘어 생활형 개헌으로 헌법 개정 논의 물꼬 터야…“제도 아닌 운용 문제”

박근혜 대통령(뒤쪽)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정진석 새누리당,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그래픽=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87년 헌법이 올해로 29돌을 맞았다. 1987년 6·10 민주항쟁의 산물인 6·29 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와 평화적 정권 이양. 언론의 자유 보장 등 8개항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이 실현됐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담보하는 대통령 직선제가 최고법인 헌법에 규정된 셈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87년 체제 이후 문민정부를 시작으로, 국민의 정부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섰지만, 모두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폐단을 드러냈다. 승자독식 ‘불변의 법칙’이 한국 사회에 뿌리내린 이유다. 이에 아주경제는 총 3회 기획을 통해 개헌의 당위성을 되짚고 실질적 민주주의라는 실천적 목표를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87년 헌법은 반(反)독재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담았다. 1980년 ‘서울의 봄’에도 대통령 직선제 등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소망이 번번이 무산되자, 1987년 6·10 민주항쟁을 기점으로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1인 1표’의 국민주권 원리, 이것이 87년 체제의 역사다.

하지만 부정적 유산이 한국 정치를 지배했다. 특정 정파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세계사적으로 드문 5년 단임제에 합의했지만, 1인 중심의 권력통치로 여전히 행정부 중심의 철권 통치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방정부의 중앙정부 예속은 물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정당기속 강화, 선언적 의미에 그친 국민의 기본권 등 다원화된 사회적 담론을 막는 퇴행적 요소가 산적한 셈이다. 

◆‘개헌=장기집권용’…부정적 인식 끊어내야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의 헌법 개정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개헌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이는 굴절 많은 우리의 정치사를 반영한 개헌의 역사와 무관치 않다.

20일 헌법 및 정치 전문가에 따르면 대한민국 헌법의 경우 87년 이전에는 ‘장기집권을 위한 획책’, 87년 이후에는 ‘정권교체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회에서 20대 국회 개원 연설을 하는 모습.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tlsgud80@]


실제 제정 헌법부터 제9차 헌법 개정까지 소수 권력자의 집권을 위한 개헌이 아닌 경우는 4·19 혁명 직후인 3차(1960년 6월15일)와 4차(같은 해 11월29일) 헌법 개정 두 번뿐이었다.

이승만 정권은 초대 대통령 중임을 위해 2차 헌법 개정(1954년 11월29일)을 단행했고, 박정희 정권은 5·16 쿠데타를 통해 5차 헌법 개정에 나섰다. 이후 3선 개헌과 10월 유신 등을 고리로 6차(1969년 10월21일)와 7차(1972년 12월 27일) 헌법 개정을 주도했다. 전두환 신군부는 12·12 군사정변을 감행, 대통령 7년 단임제를 핵심으로 하는 8차(1980년 10월27일) 헌법 개정에 나섰다.

◆87년 이후 개헌 ‘공염불’…대통령 의지가 중요

87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1990년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한 축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대표적인 내각제론자였다. 하지만 1992년 대선을 앞두고 김영삼(YS) 전 대통령에게 버림받았다. 1997년 대선에 앞서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손잡은 JP는 또다시 내부 권력에서 밀려나면서 개헌 논의가 무산됐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권력구조 변경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으나, 여야 내부에서 “국면전환용 꼼수”라는 비판으로 무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인 2010년 8·15 경축사에서 개헌을 담론으로 던졌지만, 여야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유야무야됐다. 대통령 권력구조 개편에 한정된 ‘정파적 동기’와 ‘협애한 이해관계’에 의한 원 포인트 개헌은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개헌의 전제조건으로 △대통령의 자기희생적 결단 △국민적 전폭적 지지를 꼽은 뒤 “이 두 가지가 선행되지 않은 채 일부 권력자들이 추진할 경우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 대안으로는 국민의 기본권과 지방분권 등 ‘포괄형 개헌’을 꼽는다. 현행 헌법에 규정된 개헌 절차는 논의의 마지막 단계만 다룬다.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 발의로 제안되고 전자의 경우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 뒤 30일 이내 국민투표로 확정된다.

하지만 헌법의 특성인 항구성과 권력 규제성, 총체성, 시민교육성 등을 감안할 때, 과연 소수의 정치권이 논의를 주도해야 하느냐는 본질적인 물음에 봉착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권력구조에 한정된 개헌이 아닌 지방분권 등 향후 30년을 내다보는 헌법개정을 해야 한다”며 “국민의 기본권과 복지 문제 등을 고민하지 않는 권력구조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주도형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 개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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