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자살기도자 걱정돼 자주 연락한 경사, 자살 막으며 목숨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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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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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시도한 전력이 있는 남성을 평소 관심있게 지켜보던 경찰이 또다시 그가 수면제를 먹고 사경을 헤매는 장면을 목격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살린 이야기가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사진=인스타그램]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자살을 시도한 전력이 있는 남성을 평소 관심있게 지켜보던 경찰이 또다시 그가 수면제를 먹고 사경을 헤매는 장면을 목격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살린 이야기가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1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안암지구대 소속 우종민 경사(31)는 지난달 24일 성북구 보문동 염모(38)씨의 집에 찾아갔다가 수면제를 복용하고 혼수상태에 빠진 그를 발견했다.

우 경사가 염씨의 집을 방문한 것은 그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아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9일 염씨는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이틀 뒤인 21일 우 경사는 염씨가 재차 자살을 기도할 것을 우려한 여자친구의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하면서 그를 알게 됐다.

염씨 주변엔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 어머니 수발에 필요한 돈을 동사무소에 맡긴다"는 내용의 유서와 함게 300만원이 든 돈 봉투가 발견됐다. 봉투 겉봉에는 담당 사회복지사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22일 딱한 처지의 염씨가 걱정된 우 경사는 그의 집을 다시 찾아가 말동무가 됐다. 염씨는 바리스타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지만 15년간 병환 중인 어머니 병세가 악화해 6개월 전 간호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 현재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다.

그는 설에 여자친구 집을 찾았다가 헤어지라는 말을 듣고 신병을 비관한 나머지 자살을 계속 시도했다.

우 경사는 "삶을 포기하면 안 된다", "아프신 어머니를 생각하라"며 염씨를 설득했고, 자살예방센터 직원들과 함께 "자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그의 집을 나섰지만 계속 걱정돼 수시로 전화하던 차에 염씨와 연락이 끊기자 집을 다시 찾아간 것이다.

다시 수면제를 먹고 사경을 헤매는 염씨의 모습을 창문을 통해 보고 119구급대와 방범창을 뜯고 집에 들어가 그를 병원에 옮겼다. 당시 의식이 희미했던 염씨는 목숨을 건졌고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 중이다.

우 경사는 순경 공채에 합격해 올해로 8년 차에 접어든다. 그는 작년에도 목욕탕 욕조에 빠진 노인을 구조해 경찰서장 표창을 받은 모범 경찰이다.

우 경사는 "요즘 세상에 흔치 않은 효자인 염씨가 삶을 포기하려는 모습이 더 안쓰러웠다"며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필요해 보여 챙기다 보니 또다시 자살하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따뜻한 관심으로 사회 구석구석을 돌보겠다"며 "우리 사회에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돕는 장치가 더 촘촘히 작동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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