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풀리지 않는 노사관계… 전체 제조업으로 확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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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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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열렸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중공업 노조]


아주경제 양성모·김지나 기자 = 2014년 현대중공업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들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노조가 한 발 물러서 사측 입장을 전격 수용했으나 현장 조합원들 대다수는 더 이상 속을 순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어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현대중공업 임․단협이 새해 제조업 노사관계를 가늠하는 잣대로 주목받아온 상황에서 노사갈등이 재점화 됐고, 통상임금 소송 결과도 발표를 앞두고 있어 노동계 전반에 적지 않은 충격파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전체 투표자 1만3104명 가운데 67.93%인 8901명이 반대표를 던져 합의안이 부결됐다. 찬성표는 31.70%인 4154표였으며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은 전체 조합원 1만6762명 중 78.18%였다.

압도적 반대의견이 나온 이유는 간단하다.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인상안이 노조측 요구안보다 크게 낮아서다. 지난해 12월 31일 현대중공업 노사는 △기본급 3만7000원(2.0% 인상) △격려금 150%(주식 지급)+200만원을 골자로 한 '2014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노조측이 제시한 13만원 인상보다 크게 낮은데다 사측이 추가 인상은 없다고 못박으면서 19년간 무파업을 이어오던 노조 조합원들이 큰 배신감을 느꼈다는 관측이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이미 사측에 대해 많은 불신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더 좋은 안을 내놓더라도 가결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노조가 사측이 제시한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인 상황에 추가적으로 파업을 진행하긴 어렵다”면서 “조만간 노조 대의원 선거가 있어 당분간 임·단협을 위해 회사와 교섭을 추진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임금안을 놓고 노노(勞勞)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조선업 부흥기를 누려온 장년층의 경우 대부분 어린 나이에 입사해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꾸린 반면 대학졸업 후 협력업체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한 조합원들은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는 한 조합원은 “2014년 4월까지 기본급 119만원을 받다 5월부터 월 123만원을 받고 있다. 상여금과 잔업 30시간을 포함해 세후 월평균 185만원의 임금을 받는다”며 “잔업을 하지 않을 경우 월 157만원으로 가정을 꾸린 아이의 아버지로써 생활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언론에서 말하는 평균연봉 7200만원은 임원들과 생산직․사무직을 합친 평균”이라면서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 있는 10대 대기업이 있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게 되면서 전체 제조업으로의 확산도 우려된다.

삼성중공업 역시 2014년 임단협이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5월 사측과 노동자협의회는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합의했지만 현대중공업과 마찬가지로 9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이후 노동자협의회의 새 집행부가 꾸려진 11월까지 노사간 교섭이 이뤄지지 못했고, 12월 다시 교섭이 재개된 후 임단협이 해를 넘긴 상황이다.

또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앞두고 있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노사위기로 확산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지고 있다.

앞서 현대차 노조 조합원 23명은 지난해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16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합리주의 성향의 노조 집행부가 선출된 반면 현대중공업은 강성노조 집행부인 만큼 연대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연대 가능성은 낮으나 대기업 노사간 대립이 장기화 되면 다른 제조업 기업들도 목소릴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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