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천히, 하지만 완벽히 스며드는 배우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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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2-1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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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여러 배우를 만나다 보면 '의외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왕왕 있다. 예를 들어 까불까불하고 유쾌한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과묵하고 침착한 배우였다거나 약간은 어수룩해 보이는 배우가 박학다식한 경우가 그렇다. 혹은 주변에 높은 벽을 치고 쉽게 다가가기 힘들 줄 알았는데 의외로 헛똑똑이라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모두 작품 속 캐릭터가 만들어낸 배우에 대한 환상이었다. 그럴 때마다 '이 배우, 작품에 완전히 몰두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금씩 찾아가는 새로운 모습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배우 이현욱(29)을 만날 때도 그랬다. 지난 16일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를 찾은 이현욱에게서는 12일 종영한 SBS 일일드라마 '사랑만 할래'(극본 최윤정·연출 안길호) 속 최유빈 캐릭터가 묻어났다. 조금은 차갑고, 냉정한.

하지만 한 시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곧바로 '이현욱, 아직 보여줄 게 많은 배우구나'라는 기분 좋은 확신이 들었다. 연신 활짝 웃는 표정으로 촬영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고, 출연배우의 성대모사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그러면서도 연기에 대한 제 생각을 드러낼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촬영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9개월 동안 작품에 푹 빠져있었던 이현욱은 작품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시청자에게 다 보여주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 이내 "연속극은 처음이라 카메라 보는 방법이나 연기 기술에 대해 많이 공부했어요. 선배님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카메라를 노련하게 대하는 법도 배웠죠. 촬영에 들어가고 한 달은 헤맸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제게는 잃은 것 없이 많은 걸 얻은 작품이에요"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저만 힘든 게 아니었기 때문에 고생이 싫지 않았어요, 즐거웠죠. 오히려 제가 해결할 일이 많을 줄 알았는데 끝내야 한다는 게 섭섭했어요. '사랑만 할래'는 제게 사춘기 같은 드라마였어요. 조금 더 성장하기 위해 나와 함께한 작품이니까요."

이현욱은 지난 6개월 동안 유리(임세미)의 이란성 쌍둥이이자 정형외과 의사 최유빈으로 살았다. 출생의 비밀과 얽히고설킨 관계는 유빈을 열등감 가득한 인물로 만들었지만 이현욱에게서는 조금의 '까칠함'도 찾아볼 수 없었다. 

"명예욕이나 다른 사람에 비해 뒤처졌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래서 김태양(서하준)에게 멱살을 잡는 모습도 조금은 납득하기 힘들었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나 사랑에 대한 갈증은 닮은 것 같아요. 사실 유빈이 악행을 저지르는 이유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잖아요. 그 외의 다른 걸 생각했다면 감정을 폭발시키지 못했을 겁니다."

작품에서 부족했던 부모의 사랑은 현실에서 채우고 있었다. "영화는 자식 자랑하기가 애매한데, 드라마는 TV만 켜면 나오니 친구분들께 자랑을 많이 하신다더라. 연기에 대한 경험만큼 효도에 대한 기쁨이 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때때로 찾아오는 힘든 순간에 포기를 고민한 적도 있었다. 이 길이 정녕 내가 걸어야하는 길인지,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지를 의심하기도 했고, 좌절감에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후회하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결국 놓지 않았던 이유는 '미련'이었다.

"그동안 참 게으르게 살았어요, 연기에 대한 고집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는 더없이 위험한 순간이었죠. 하지만 막상 연기를 그만두려고 하니 '미련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했을까' 의문이 들더라고요. 미련이 없었다면 그만뒀겠지만 죽을 힘을 다해서 노력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미련이 없을 때까지 하려면 아직 한참 남았고요. (웃음)"

이현욱에게 2014년은 배우 생활 중 가장 바쁜 해였다. '사랑만 할래' 외에도 드라마 '쓰리 데이즈'와 영화 '표적' 개봉으로 쉴 틈 없이 달렸다. 지칠 법도 하지만 오히려 더욱 기운 가득한 모습이다. "2014년은 내게 꿈 같은 시간"이라는 이현욱은 "작품 세 개를 연달아 한 게 흔치 않은 기회잖아요, 올해는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원래 행복한 순간은 빨리 지나가요, 체육시간처럼. 하하. 사실 처음에는 이런 바쁜 일상을 즐기지 못했어요. 2015년에는 좀 즐기면서 연기하고 싶습니다"라고 웃어 보였다.

이현욱은 걸어가되 멈추지 않은 연기 생활을 꿈꿨다. 대중에게 '언제 이현욱이 이렇게 각인되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서히 스며들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연기만 생각하면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이현욱에게 후퇴란 없다. 더 당당하게 전진할 그의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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