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부’에 성장 유니온스틸·동부제철, ‘박근혜 정부’에서 절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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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1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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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 인천공장 전경[사진=동부제철]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민간 철강산업의 기틀을 다져 온 유니온스틸과 동부제철이 존립의 큰 변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올해로 각각 창립 60주년, 52주년을 맞는 두 기업은 비슷한 시기에 성장하고 좌절했고, 부활하는 주기를 함께 해 왔다. 그 배경에는 업황과도 관련이 있지만 정권의 직·간접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공교롭게 두 기업은 박정희 대통령시절 최고의 부흥기를 보냈지만,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회사의 운명이 다하는 '절명'의 시기를 맞고 있다.

동부제철의 전신은 현송(玄松) 주창균 회장(2012년 별세)이 설립한 일신제강이다. ‘조선인 제1호 철강기술자’로 불리는 주 회장은 1954년 서울 양평동에 신생산업을 설립했으며, 1960년 일신제강으로 이름을 바꿨다.

유니온스틸은 권철현 회장(2003년 별세)이 설립한 회사로 원래 사명은 연합철강이다. 마강판을 수입하며 철강사업의 가능성을 눈여겨 본 권 회장은 중화학 공업 육성을 외쳐 온 박정희 정부의 지원을 통해 일본에서 외자를 빌려 1962년 연합철강을 설립했다.

두 회사는 수출 드라이브 정책 아래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연합철강은 국내 최초로 자동차와 가전제품용 냉연강판을 개발했고, 1970년에 시작된 새마을운동이 초가집을 없애고 양철 지붕 집으로 대체하는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타면서 엄청난 특수를 누렸다. 해외부문에서도 1974년 국내 최초로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해 그해 수출의 날(현 무역의 날)에 철강업계 최초로 1억불 수출탑을 수상했으며, 삼성과 현대 등을 제치고 재계 최상위권에 이름이 올리기도 했다.

일신제강도 아연도강판과 강관사업 등의 성공과 함께 지속적인 설비 확장을 이뤄내며 1979년 역시 1억불 수출탑을 수상했으며, 그 해 매출 기준 기업 순위가 23위에까지 올랐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최초의 국산 자동차인 ‘포니’에 냉연강판을 공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기업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결국 정치권과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합철강은 1975년 미국에서 골수암 수술을 받던 딸에게 치료비를 송금한 권 회장이 외환관리법 위반 및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이로 인해 경영이 위태로워진 회사는 1977년 국제그룹에 인수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신군부 정권 집권 초기에 두 회사는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일신제강은 1982년 당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장영자-이철희 어음사기사건’에 연루돼 ‘흑자도산’ 했다. 총자산 3000억원, 매출 1220억원으로 현대차보다 큰 기업이었던 일신제강은 불과 157억원의 부채로 무너진 것이다. 일신제강은 채권단에 의해 동진제강으로 이름을 바꾼 뒤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위탁경영을 맡았다가 1985년 동부그룹으로 매각돼 동부제강으로 새 출발했다.

국제그룹은 연합철강을 인수한 뒤에도 정치권과 갈등을 일으키다가 전두환 정권에 눈 밖에 나면서 1985년 공중 분해되며 주인이 동국제강으로 또 다시 바뀌는 처지가 됐다.
 

유니온스틸 직원들이 컬러강판 '럭스틸'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유니온스틸 제공]


큰 홍역을 치르며 새 주인을 맡은 두 회사는 과거와 같은 위상을 되찾지 못했지만 이후 30여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했다. 동부제강은 신제품 개발을 지속하는 한편 1999년 아산만 공장을 준공했고, 2000년에는 수출 5억불탑, 2005년에는 수출 9억불탑을 각각 수상했다. 2008년 회사 이름을 동부제철로 바꿨고, 이듬해에는 충남 당진에 전기로 제철소를 완공하며 일관제철 공정을 완성했다.

연합철강은 2004년 사명을 유니온스틸로 바꾼 뒤 아연도금강판, 칼라강판 등에 집중하는 한편 해외 진출에도 나서며 사세를 늘려왔다. 2010년부터는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의 동생 장세욱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내 비중은 더욱 확고해졌다.

승승장구 했던 두 기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유니온스틸은 동국제강에 흡수 합병돼 간판을 내리고, 동부제철은 김준기 회장의 경영권 포기와 더불어 회사가 심혈을 기울여 완공한 당진 제철소 가동 중단 등을 전제로 한 채권단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여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동부제철의 구조조정이 실패할 경우 자칫 두 기업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니온스틸의 합병과 동부제철 구조조정은 철강경기 불황에 따른 것이라는게 표면적 이유지만, 그 배경에는 채권단의 가혹한 기업 옥죄기가 한 몫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두 기업의 지난 역사만 보더라도 정권 아래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조치에도 말 못할 억울한 측면이 많을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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