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칼 빼든 담철곤 회장 … 허인철 전 이마트 대표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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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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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

아주경제 전운 기자 =  오리온그룹이 허인철 전 이마트 대표이사(사진)를 영입했다.

오너경영자인 담철곤·이화경 부부가 이끄는 제과전문그룹에서 허인철 대표를 부회장으로 영입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이화경 부회장과 같은 직급으로 영입,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오너 일가를 대표해 인재·실적관리 등을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 떨어진 실적, 새 임원진 관리 위한 카드

오리온 그룹이 허인철 부회장을 영입한 것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실적 악화와 임원 관리를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오리온은 지난 2012년부터 주요 임원진을 교체해 왔다. 부사장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교체한 데 이어, 그룹 내 신성장 브랜드인 닥터유 총괄 부사장도 교체했다. 그 자리에는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출신 인재들을 뽑아 채웠다. 

인사총무와 재무를 담당하던 상무급 임원도 현재는 재무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 신임 임원이 인사총무를 담당하는 등 그룹 내 임원진 변동도 많아졌다.

이같은 상황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제과업계 빅3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오리온의 지난해 매출액은 7921억원, 영업이익은 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5%, 23.3% 하락했다. 경쟁사인 롯데제과와 크라운제과의 매출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주요 성장 동력이었던 중국법인의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이에 담철곤, 이화경 부부가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꺼내든 칼이 허인철 부회장이라는 게 업계의 평이다.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지난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전면에 내세울 인물이 없어진 것도 허 부회장 선임의 주된 이유이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국내외 사업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유통업계 출신의 전문 인재를 부회장직에 앉힘으로써 실적 만회에 주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특히 새롭게 자리한 주요 임원진들을 관리할 수장이 필요했기 때문에 허 부회장을 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 담철곤 회장의 러브콜

허인철 부회장은 담철곤 회장의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경 부회장은 자기 사람을 곁에 두고 오랜시간 함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인물이 노희영 전 부사장(현 CJ그룹 브랜드전략 고문)이다. 이 부회장은 노희영 전 부사장에게 신뢰를 보내며 베니건스, 마켓오 등 외식 사업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담철곤 회장은 이 부회장과는 달리 일로서 사람을 평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경력이나 업무 평가 등을 통해 임원진을 기용하는 스타일이다.

허인철 부회장의 영입도 이같은 담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회사 관계자는 "허인철 부회장의 경력이 오리온그룹의 새로운 성장에 기인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이를 중시하는 담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허인철 부회장은 누구?

지난 1월 이마트 대표에서 사퇴한 허 전 대표는 1986년 삼성그룹 입사 후 삼성물산 경리과장을 거쳐 1997년 신세계로 자리를 옮겼다.

신세계에서는 경영지원실 경리팀장과 재경·관리담당 임원, 그룹 경영전략실장을 거치면서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는 등 신세계그룹 성장에 기여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월 이마트 경영이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이마트 대표로 재직하던 지난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국정감사에 불려나간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당시 허 부회장은 이마트 노조 사태와 상품공급점을 통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출석한 국감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지적받았다. 이에 당초 증인에서 제외됐던 정용진 부회장이 다시 국감에 출석하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같은해 11월에는 그룹 정기 임원임사에서 김해성 신세계 경영전략실장과 각자 대표를 맡게되면서 허 부회장의 권한이 축소되기도 했다. 이같은 복합적인 이유로 허 부회장은 결국 이마트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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