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배우 하정우의 '낙서같은 그림', 왜 뜰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2-02 17:5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대형 메이저화랑인 표갤러리서 초대..6일부터 Trace 개인전

 

 

하정우 ‘Hawaiian Hoast’ 86×68.5cm. acrylic,pen on canvas. 2013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그림 그리는 일은 취미라기보다 내가 버틸 수 있는 수단이다”

 주로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선보여온 배우 하정우(36)가 국내 대형 메이저갤러리인 서울 용산구 소월로 이태원 표갤러리의 러브콜을 받고 개인전을 연다. '배우 화가'가 아닌 '정식 화가'로 인정받은 셈이다. 

2003년, ‘그냥’ 그리고 싶어 시작한 그림 그리기는 이제 취미를 넘어서고 있다. 2007년 영화 '추격자'를 찍는 동안 고된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 본격적으로 그림 작업에 뛰어들었다는 하정우는 2010년 이후로 매년 꾸준히 개인전을 열어왔다.

촬영 중간, 쉬는 시간에 무대 세트의 합판에 스케치를 하며 "스크린을 통해 미처 하지 못한 얘기를 화폭에 담아낸다"는 그림은 그의 연기처럼 군더더기가 없다.

오는 6일부터 '트레이스’(Trace)를 타이틀로 여는 이번 전시에 '베를린'과 '하와이' 시리즈를 선보인다. 기존의 낙서한 듯한  ‘광대’ 같고  '외계인 같은' 인물들이 더욱 디테일해지고 다양해진 패턴이 특징이다. 

2012년 영화 '베를린'을 촬영하기 위해 현지에 머물던 당시 만들어냈던 '베를린 시리즈'는 코발트 블루로 표현된 극도의 고독감이, '하와이 시리즈'에서는 하와이의 아름다운 빛과 자연을 통해 얻은 에너지 등이 묻어난다.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를 굳힌 그가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하정우는 그림과 연기를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얼굴”이라 말한다.

 
 

하정우, Brother, 2013


  "배우가 쌀로 밥을 짓는 일이라면 화가는 그 찌꺼기로 술을 담그는 일 같다고 설명하면 어떨까. 같은 재료로 만드는 것이지만 그 방법에 따라 결과물은 전혀 다르게 나온다. 운동선수처럼 독하게 훈련하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로 영화를 찍는다. 그렇게 밥과 같은 연기가 만들어진다. 그러고 나면 몸과 마음에는 잔여물이 생긴다. 연기로는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 그것을 끄집어내어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술과 같은 그림이 만들어진다. 그림이 나를 회복시키고 다시 연기에 정진하도록 고무하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출간한 '하정우, 느낌있다' 중에서)


 하정우가 처음 전시한다고 했을때 미술시장에선 그저 한 배우의 '화가놀이'라는 시선이 강했다.

그의 그림을 보고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흥수 화백이  "실제 정규 교육을 받은 작가 못지않게 뛰어난 재능과 표현력으로 훌륭한 화가가 될 재목"이라 극찬도 넘쳐나는 그림속에 슬그머니 묻혀었다.
 
 특히 그가  장 미셸 바스키아, 장 뒤뷔페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것처럼 '바스키아 그림같은'  '광대 시리즈'는 차별화가 생명인 예술계에서 '광대 같은'그림쯤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연기파 배우' 하정우의 내공은 미술시장에서도 힘이 커지고 있다.  그동간 국내외에서 여러차례 개인전을 가졌지만 이번 표갤러리에서 전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갤러리에서 처음여는 작품전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치열한 연기속을 뚫고 나와서일까. 하정우의 '낙서같은 그림'은  '진심과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 느낌, 왜 일까. 

 단순히 모방하고 누구와 닮았다라는 단편적인 평가를 넘어서 누구에게나 익숙함과 친숙함을 보여주는 작품의 단계에 올라와 있다는 평이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폭넓은 활동 무대와 다양한 환경, 다양한 감성의 경험들이 작품의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하정우 그림의 시각적인 코드는 다양한 문화나 여러 국가ㆍ인종의 감성을 충족시킬만한 요건을 갖췄다"며 "다양성과 내면을 들춰내는 그림은 앞으로 국내무대 보다 세계 무대에서 화가로서 역량을 펼칠수 있는 기대감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마다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전시를 열어온 그의 '광대'작품은 '하정우표 그림'으로 브랜드를 구축했다. 홍콩아트페어, 한국국제아트페어, 프랑스아트페어, LA아트쇼 등에서 작품이 품절 될정도로 인기다. 

 한편, 하정우는 이번 표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외에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패션 ‘까르띠에’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도 초대전을 열 예정이다. 전시는 3월 5일까지.(02)543-7337  박현주 기자

 

하정우, Hawaii festival, 2013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