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엔저 업고 “일본이 다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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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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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박재홍·이혜림 기자=일본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보다 우위에 있었던 자동차 업종 외에도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조선·중공업이나 전자 부문에서도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며 우리 산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와 조선 등 기존의 세계시장을 주도하던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기존의 기술력과 엔저를 앞세워 ‘전자왕국’ 재건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소니는 올 1월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13’에서 가장 세계 최대 142.24㎝(56인치) 울트라고화질(UH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개해 기술력에 대한 재평가를 이끌어냈다.

소니는 엔화 약세 효과로 5년 만에 첫 흑자를 냈다. 소니는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에 4500억엔 손실을 기록했지만 2012 회계연도에 430억엔의 순익을 기록했다. 특히 엔저 현상이 두드러졌던 올해 1~3월 순이익이 939억엔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을 견인했다.

소니는 2013 회계연도에 순익 500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토 마사루 소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달러당 엔 기준 환율을 90엔대로 잡고 있다”며 “엔저로 영업이익에서 600억엔 이상의 상승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최대 LCD제조업체 샤프 역시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대형 TV패널 이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가전제품 공급을 검토하는 등 삼성전자와 제휴를 통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닌텐도는 엔저에 따른 환차익의 영향으로 지난 3월 마감한 2012 회계연도에 약 70억엔의 순이익을 냈고, 2011년 회계연도에 7540억엔(약 8조원)의 적자를 낸 파나소닉 역시 올 회계연도에는 엔저와 구조조정 등에 힘입어 500억 엔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 세계 1위 자리를 내 줬던 조선 부문에서는 일본이 엔저와 함께 기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지난 17일 자국 최대 선사인 MOL과 15만3000㎥급 LNG선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달 미쓰비시 조선이 이마바리 조선과 함께 LNG선의 설계와 판매를 전담하는 합작사 ‘IM LNG’도 국내 조선업체들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조선업체들이 세계 발주량의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LNG선 시장에 일본이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판도변화가 우려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일본 조선소들이 한국보다 LNG선을 먼저 만들었고, 자체적으로 확보한 설계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만들어 온 선형이 있다”며 “앞으로 일본에서 조선업계 기술력과 관련한 R&D 투자와 인력 충원이 얼마나 이뤄질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조선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낼 경우 이미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는 중국과의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세계 조선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에서도 일본은 한국 조선사의 아성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총 규모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야말프로젝트에는 국내업체들과 함께 일본의 미쓰비시 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등도 함께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수주전이 예상된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의 경우 일본이 그 동안 쌓아왔던 기술력이 있는데다, 최근 엔저를 통해 가격 경쟁력이 더해졌다”며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의 입장으로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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