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주자 경제민주화 정책 해부①> 순환출자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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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7-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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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신규 따지지 말고 기업 현실성 고려해야”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경제민주화라는 태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여야 대권주자들이 주장하고 나섰다. 또 대기업 지배구조 투명화, 분배 강화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 경제민주화는 상생과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기 위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반대로 기업 때리기 여론을 형성해 투자 위축과 고용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주경제는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금산분리 등 경제민주화의 핵심 사안에 대한 대선후보의 정책을 비교하고 실효성을 검증해보고자 한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기업 총수가 1%도 채 안 되는 지분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순환출자를 규제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순환출자는 대기업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A계열사가 B사에 출자하고 B사가 계열사 C에 출자한 뒤 다시 C사가 A사에 출자하는 방식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은 A사가 B사의 주식을 갖고, B사가 다시 A사의 주식을 갖는 상호출자가 금지돼 있다. 때문에 기업은 경영·지배권 확보를 위해 '환상형' 순환출자를 하는 것이다. 이는 변칙이나 위법은 아니다.

실제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0.52% 지분으로 81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에버랜드를 시작으로 생명과 전자, 물산 등을 거쳐 다시 에버랜드로 지분 순환출자를 통해서다.

◆순환출자 전면 금지냐…신규 출자만 금지냐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한 계열사의 부실이 전체 계열사로 퍼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신규 순환출자에 한해 이를 금지할 방침이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모 대기업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0.79%인데도 순환출자를 통해 가공의 의결권을 생성하고 있다"며 "작은 지분으로 엄청난 힘을 갖고 부당한 일을 하는 재벌 지배구조의 핵은 순환출자"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다만 "갑자기 이것을 해소하자고 하면 여러 복잡한 문제가 생기니까 일단은 신규로 생기는 부분에 대해 제한하자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삼성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수십조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실물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된다면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문재인 상임고문 등 민주통합당 후보들은 순환출자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63개 상호출자제한 그룹에 대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토록 했다. 또 기존 순환출자도 3년 내 모두 해소하도록 하고 못할 경우 의결권을 제한토록 했다.

문 상임고문은 이와 관련해 "재벌개혁을 위해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를 전면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고, 손학규 상임고문도 "재벌 총수가 미미한 지분으로 전 계열사를 쥐고 흔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상법·공정거래법 등으로 분산된 기업 관련 법을 하나로 묶는 '기업집단법'을 제정해 재벌 총수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고문 측은 "재벌의 실체를 인정하고 대기업이 강점을 실현하는 길을 마련하는 동시에 그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순환출자 문제, 오너 리스크 등에 대한 총수의 책임이나 처벌 규정을 분명히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변칙 출자 처벌 강화…총수 지배력 제한책 마련

순환출자를 막는 규제책 마련보다는 금융당국의 단속·처벌 강화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작은 지분으로 순환출자라는 편법을 통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재벌의 행태는 권리만 누리고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라며 "공정위 등 당국의 편법 출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특히 "공적 연기금이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의 경영권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도 순환출자의 악영향을 푸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이냐 신규냐를 놓고 규제 범위를 정하지 말고 지분에 맞는 의결권 행사라는 '주주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변칙 출자행위를 철저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원칙과 현실성 등을 고려해 맞춤형 순환출자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순환출자로 적은 주주 지분을 가진 총수가 기업의 실질적 주인이 되면서 돈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문어발식 확장을 해온 게 사실"이라며 "향후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도 과거나 미래를 구분하지 말고 변칙적 출자문제에 대해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통상 중소기업들도 부채비율 등을 낮추려 순환출자를 하고 있다"며 "기업 총수들의 과도한 영향력 억제를 위해 순환출자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에 비용부담을 주는 순환출자 금지보다는 총수의 지분에 따른 의결권 제한 등 현실적인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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