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태양절 맞아 '김정은 시대'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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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4-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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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일성 따라잡기, '유훈통치' 한동안 계속될듯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북한이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태양절)을 맞아 대규모 군 열병식을 통해 자축하며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인민군 육해공군 외에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 등이 함께한 이날 열병식은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실패 이후 북한 매체를 통해 실황 중계로 공개된 행사여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로켓발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민족 최대명절’인 태양절에 이런 대규모 행사를 벌인 것은 주민들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새 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존재감을 각인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병력과 각종 무기가 동원된 열병식 행사를 북한 조선중앙TV와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을 통해 이례적으로 북한 전역에 실황 중계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김 1위원장이 이날 행사에서 처음으로 육성을 공개하며 축하연설을 한 것도 당·정·군은 물론 주민에게 새 지도자로서 위상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열병식 등의 공개행사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공개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지난해 12월31일 최고사령관직을 승계한 김 1위원장은 지난 11일 제4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당 제1비서로, 13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5차회의에서는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추대됨으로써 당-정-군의 최고자리를 차지했다.

이로써 김 위원장 사망 이후 숨 가쁘게 진행된 김정은 체제가 사실상 완성됐고, 3대 세습 작업도 외견상으로는 마무리 됐다.

그러나 `태양절‘ 행사에서는 북한이 줄곧 강조해온 `강성국가 진입’ 선포는 없었다. 북한이 자랑해온 `광명성 3호 위성‘ 발사 실패가 아무래도 부담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매체들이 13일 `광명성 3호’ 발사 실패를 짧게 전한 뒤 평양 만수대 언덕에서 진행된 김정일 동상 제막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도 `위성‘ 발사 실패에 따른 부담을 덜고 주민의 눈길을 3대 세습으로 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후계자 수업기간이 2년도 되지 않는 김 1위원장으로서는 `김일성·김정일‘의 후광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북한은 최근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지난해 12월 사망한 김 위원장을 `영원한 당 총비서’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면서 `영원한 태양’으로 김 주석과 같은 반열에 올렸으며 노동당 규약과 헌법 서문에 노동당을 `김일성·김정일의 당‘으로 규정하고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명시했다.

이는 김 1위원장이 한동안 `선군노선’ 등 김 위원장의 유훈을 따르는 `유훈통치‘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깔려있다.

김 1위원장이 열병식 축하 연설에서 “나는 성스러운 선군혁명의 길에서 언제나 동지들과 생사운명을 함께하는 전우가 될 것이며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조국과 혁명앞에 지닌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전문가들은 이날 연설에서 김정은의 육성이 김일성과 비슷하다는 점, 박수를 칠 때 김일성과 같이 왼손은 그대로 둔 채 오른손만 움직이는 점 등을 들며 "김일성을 답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김 1위원장은 한동안 유훈통치에 의존해 시간을 벌면서 자신의 통치스타일과 비전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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