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100년 DNA 2-2]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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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0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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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 트렌드 앞서 나간 ‘벤처기업’ 현대

   
 
1992년 연설 중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사진=정주영 박물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정주영의 대표적인 경영 철학이다. 또 1991년 출간한 자서전 제목이기도 하다. 그만큼 정주영은 평생에 걸쳐 숱한 시련을 겪었다. 그의  일생은 살펴보면 성공의 역사라기 보다 시련과 극복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정미소부터 자동차수리, 트럭 운송, 건설 사업까지 그가 하는 모든 사업은 순탄할 새가 없었다. 시대가 그렇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동시대에 등장한 다른 기업인과 달리  아무 밑천도 없었다. 모든걸 혼자 해 내야 했다.

◆‘벤처기업 현대’… 90%의 확신과 10%의 자신감

정주영은 1950년대 ‘국내 최초의 벤처기업인’이라고 할 수 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후로 많은 국내 기업인이 경쟁적으로 창업을 했다. 삼성그룹 이병철, LG그룹 구인회, 코오롱그룹 이원만, 국제그룹 양태진, 동국제강 장경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주영만이 유일하게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대부분 창업주들은 각 지역의 재력가 출신이었다.

정주영과 비슷한 사례는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이자 현 혼다자동차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6세(1922년)에 도 쿄에 올라가 자동차 수리를 배우고 22세에 자동차 수리공장을 세웠다. 그는 후일 혼다오토바이와 혼다자동차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낸다.

정주영 역시 건설, 조선, 자동차 등 각종 사업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블루오션(신시장)’을 개척해 왔다.

UN군 묘지 정비 때 겨울에 나지 않는 잔디 대신 어린 보리를 옮겨 심은 일이라든지, 배를 가라앉혀 댐을 만드는 유조선 공법 등 그의 일화를 보면 매번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넘친다.

1990년대 초, 그는 주요 사업에서 손을 뗀 후에도 정계 진출과 대북 사업까지 평생에 걸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생애 마지막까지 ‘벤처 정신’을 잊지 않았다. 그런 때문일까. 정주영은 생전 재벌이라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

정주영은 생전 아무 경험도 없던 토건 사업에 진출할 때를 회상하며 “무슨 일이든 된다는 확신 90%와 반드시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다  된다. 안 된다는 생각은 단 1%도 해 본 적이 없다”고 술회했다.

이는 도전 정신을 잊고 안주하는 현재의 기업인과 직장인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조언이다.

◆“트렌드를 읽어라” 정주영식 스피드 경영

   
 
1992년 기자회견 중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사진=정주영 박물관)
벤처기업은 트렌드를 읽는 힘과 속도전이 필수다. 그런 점에서 초창기 현대는 완벽한 벤처기업이었다.

정주영은 돈이 될 만한 사업, 즉 트렌드를 빠르게 읽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었다.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 때나, 건설업에 뛰어들 때 그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 신을 갖고 있었다.

그런 만큼 일단 결정을 내린 뒤에는 속전속결이었다. 정미소를 관두고 고향에 돌아간 지 4개월 만에 자동차정비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토건사를 설립할 때 창업 동지였던 매제 김영주와 고향친구 오인보 등은 ‘경험이 없다’며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정주영은 일단 간판은 걸고 나중에 인력이나 자재  등 필요한 것을 구하는 식이었다.

자기 자본도 없이 새 사업을 속전속결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성공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정주영의 통찰력은 대부분 사업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정주영은 이후에도 매사에 속도를 중점에 뒀다. 새 사업을 시작할 때 일단 사업을 벌여놓은 뒤 필요한 것을 보완해 가며 돈을 벌어가는 방식은 한결같았다.

조선소 건설과 동시에 선박 수주에 나선 현대중공업이 좋은 예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때 7년 동안이나 숙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요즘 경영학에서 말하는 스피드 경영이다.

(아주경제 특별취재팀=김형욱·김병용·이정화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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