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윤옥 대한암협회장(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 인터뷰 - "암은 아는 만큼 쉽게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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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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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암협회 안윤옥 회장.                                   홍정수 기자jshong204@
어릴 적부터 전북 김제의 신동소리를 듣던 안윤옥은 중학교 때 서울로 유학을 떠난다.

당시 연세대를 다니던 큰형님의 권유로 의학으로 진로를 잡은 안윤옥은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의대로 진학한다.

본과 4학년 때 미국의 의사시험을 합격한 그는 의사로의 삶과 미국 진출을 심각하게 고민한다. 당시 서울대 의대 졸업생의 절반이상이 미국 진출을 택한다.

의학도 안윤옥은 1969년 여름 월남 파병군인들을 위한 고온 적응 인체실험에 자원하면서 평생 외길로 달려온 예방의학이라는 학문과 마주쳤다. 이 실험을 계기로 학문의 동반자인 3년 선배 신영수박사와 평생의 스승 권이혁 박사를 만난다.

두 사람의 권유로 미국 진출도 포기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임상의학 대신 기초과학인 예방의학으로 방향을 잡는다.지금이야 예방의학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나 공감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돈 잘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임상의학이 당연히 대세였다.

부모님 설득도 문제였다. 편안한 삶을 버리고 듣고 보도 못한 생소한 학문을 한다니…. 시골에서 정미소를 하며 고생하시는 부모님 얼굴이 어른거려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다행히 아버지께서는 “네 인생은 네가 알아서 해라”며 흔쾌히 승낙하셨다.

그로부터 안윤옥 박사는 연구와 후학들을 위해 40년을 오롯이 바쳤다.

안 박사는 평생을 후학들에게 ‘이타심-나눔과 베품’을 강조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나름의 종족 보존 방식이 있다.

약육강식의 먹이 사슬이 존재하는 동물의 세계보다는 식물의 전략을 사람들은 배워야 한다. 꿀과 과일을 만드는 궁극적인 이유는 종족전파의 수단이지만 먼저 상대방에 베푸는 것이다.

남에게 먼저 베풀어야 그 다음에 돌아온다. 남을 도와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자기 생존의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안 박사의 봉사하는 마음이 지금의 대한암협회를 이끌어 오고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대한암협회는 어떤 목적을 가진 기구인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1966년 첫 창립된 대한암협회의 초대회장은 삼성의 창업자인 고 호암 이병철 회장 이였지요. 사업은 주로 이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초기 활동은 암 계몽활동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협회라는 이름 때문에 권익단체가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그러다 1991년 내가 사업이사를 맡으면서 잘못 알고 있는 민간요법 등 암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취합해 제대로 알려주는 '정보계도 사업‘을 추진해 성과를 보고 있습니다. 지금은 유방암 캠페인인 핑크리본 이벤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대한암협회는 대국민 암 퇴치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업내용이나 사업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지요.

“주요 사업내용은 첫째, 암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계몽 사업 둘째, 암 예방을 위한 사업, 셋째 암에 대한 올바른 의료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요 사업의 첫 번째는 앞에서 말했듯이 보호자들을 위해 잘못된 암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는 정보계도 사업입니다.

둘째는 암 예방사업입니다. 예방의학 개념을 처음 도입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암 발병의 가장 큰 요인은 ‘흡연과 먹을거리’입니다. 금연 활동을 위해 많은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암협회는 차별화를 위해 유치원과 유아원을 대상으로 한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아들은 모든 사물을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받아들입니다. 현장학습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가정의 금연 도우미로 장기적으로는 금연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먹을거리를 위해서도 국민영양조사를 통한 33가지 건강 음식을 선정해 항암 식탁프로젝트를 진행해 효용성을 확인했습니다. 또 각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암 종류와 증상에 따른 환자 식단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암에 대한 올바른 의료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암 정책 세미나도 꾸준히 개최해 소아암환자 의료비 경감을 이끌어냈습니다. 5세 이하의 소아함 환자들의 경우 흡연 등 본인의 잘못은 하나도 없습니다. 당연히 치료비는 국가가 부담해야 합니다.치료율도 75% 이상으로 높습니다. 현재 이런 노력으로 5세 이하 소아암 환자의 치료비는 의료보험에서 100% 지원합니다. 앞으로는 중증환자들의 의료비 경감과 호스피스 제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존엄사’에 대한 개념과 입장정리도 필요합니다. 용어도 안락사에서 존엄사로 바꿨습니다. 안락사에는 '죽이다'(Killing)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의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연명치료라는 판단을 누가 하며, 누가 책임지느냐’의 문제도 중요합니다.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암 연구나 암 관리 정책 수준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위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한국의 의료과학 수준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보다 앞서가지는 못하더라도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습니다. 국민의식 수준이 같이 따라가 준다면 훨씬 암환자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암은 아는 것만큼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의료정책과 인프라가 아직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암을 극복하기 위해선 조기 발견이 필요합니다. 40대 이후에는 암 조기 발견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합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30~40% 정도는 예방이 가능합니다.”

-회장님께서 대한암협회를 이끌어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입니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명예회장이었던 권양숙 여사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소아암 완치환자 축하 행사를 가졌습니다. 다시 건강해진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서 내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여담으로 권양숙 여사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아들 건호씨에게 금연을 권했지만 성공 못했다고 살짝 털어 놓은 적이 있습니다. 현재 명예회장인 김윤옥 여사는 매달 기부하고 있습니다. 핑크리본 행사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나 의료계 후학들에게 바라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할 일이 태산인데 능력과 시간이 모자라 너무 아쉽습니다. 자연과학의 가장 큰 본질은 ‘진화’입니다. 진화의 방향은 다양성입니다.

이 세상에는 나와 똑 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나와 굉장히 다른 사람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항상 연구하며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의료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윤용환 기자happyyh63@

◆안윤옥박사는?


1972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77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
198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
1983년 미국하버드 보건대학원 초빙연구원
1984년 일본 나고야대학 의학부 초빙연구원
1992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2000년~현재 서울대학 의과대학 교무부학장
2002년~2004년 아시아태평양암예방기구(APOCP) 총재
2002년~현재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회장
2004년~현재 (사단법인)대한암협회 회장
2006년~현재 (재단법인)대한암연구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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