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여성 징병제'까지 꺼낸 원민경…'진보 정권' 이재명의 성평등은 어디 있나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8일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성평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28일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성평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하는가.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원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성 징병제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장 도입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병역과 성평등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정부의 논의 대상으로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원 장관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의 소신이 이재명 정부보다 항상 한 발 앞서 있기 때문이다. 원 장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비동의 간음죄’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에 찬성했다. 최근에는 ‘친밀관계 폭력의 전면적인 법제화’와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에도 동의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찬반이 첨예한 사안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계산하는 동안 주무 장관이 나서 실질적인 변화를 역설하고 있는 모양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서도 온도 차가 나타난다. 이 대통령은 연령을 낮출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고 지난 27일에도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라고 주문했다. 성평등가족부 역시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정한 13세 미만 하향안을 권고하며 정면충돌을 피했다. 그러나 원 장관은 처벌보다 사회복귀와 보호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8일 이 대통령의 다문화가족 관련 발언은 또 다른 논쟁거리를 남겼다. 이 대통령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공공 산후조리원 논란을 공유하며 다문화가족 우대 제도의 폐지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원 자체를 없애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직접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번져 나가고 있다. 청와대도 29일 모자보건법 시행령 개정 검토 방침을 내놨다. 그러나 현재 성평등가족부는 이주 배경 가족의 정착과 자립을 돕는 통합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는 항상 ‘찬밥 신세’다. 2027년도 예산안은 2조1191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지만 보건복지부(148조7697억원)의 1.4%, 교육부(117조6000억원)의 1.8% 수준이다. 그나마 성평등 분야로 분류된 예산은 530억5900만원으로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부처 폐지까지 추진됐다. 이재명 정부는 명칭을 바꾸고 기능 강화를 약속했다. 예산과 권한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조직 개편은 선언에 그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 성착취물 대응이다. 지난 5월 성평등가족부에 '범정부 합동 디지털성범죄 피해 통합지원단'이 설치됐다. 그러나 단장을 제외한 인력은 성평등가족부 3명,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2명, 경찰청 3명 등 8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범죄 수사는 경찰, 플랫폼 규제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불법정보 접속차단 심의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한다. 성평등가족부는 불법사이트 분석·피해 영상물 삭제지원·수사의뢰·긴급차단 요청 등을 수행하지만 직접 수사권과 플랫폼 제재권은 없다.

최근 정부가 특별사법경찰(특사경) 확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성평등가족부에 디지털 성착취물 전담 특사경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은 성평등가족부의 청소년보호 담당 공무원을 특사경 지명 대상으로 규정하지만 수사 범위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범죄에 한정하고 있다. 이를 성착취물 유포·재유포와 불법사이트 운영 범죄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가 성평등가족부를 디지털 성범죄의 ‘컨트롤타워’로 삼겠다면 그에 걸맞은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권한은 충분히 주지 않으면서 성평등 갈등의 해결사 역할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부처에만 책임을 묻는 것도 모순이다. 원 장관도 소신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공론화와 입법 논의로 연결해야 한다. 진보의 기준은 정권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 정책에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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