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객 4000만 시대로…정부, 지방관광에 4100억 투입

  • 내년 관광예산 19% 증액한 1조7562억원…5대 지방공항 중심 관광권 육성

  • 수도권에 관광객 80% 집중…국제선·교통망 부족에 투자 실효성 시험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 랩에서 관광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올해 방한외래객 수요 전망 및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 랩에서 관광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올해 방한외래객 수요 전망 및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시대에 대비해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관광산업의 판을 다시 짠다. 김해·대구·청주·무안·양양 등 5개 공항을 거점으로 주변 관광지를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고, 범부처·지방정부 협업 사업에 약 4100억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추진한다. 내년도 관광 분야 정부 예산안도 올해보다 19% 늘려 편성했다. 방한객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한 가운데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겠다는 구상이다.

◆ 방한객 역대 최대…첫 2000만명 돌파 눈앞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8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관광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올해 방한객 유치 성과와 향후 관광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27일 역대 최다였던 지난해 연간 방문객 1894만명을 넘어섰다. 연말을 두 달여 남기고 새 기록을 쓴 것이다. 최 장관은 사상 첫 2000만명 돌파 시점을 11월 셋째 주로 내다봤다.

연말 목표인 2300만명 달성 가능성도 언급했다. 목표를 채우려면 방한객이 지난해보다 21.5% 늘어야 하는데, 27일 기준 증가율은 21.8%다. 최 장관은 "가능할 것 같은데 아슬아슬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증가세가 이어지면 2030년 목표인 방한객 3000만명도 앞당겨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장관은 방한객 1인당 평균 지출을 약 200만원으로 가정하면 관광객이 1000만명 늘 때 관광 지출이 약 20조원 증가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분석을 인용해 관광객 1000만명 증가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약 20만명으로 제시했다.

최 장관은 3000만명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온 만큼 이제는 4000만명을 받아들일 관광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관광정책을 추진할 범정부 협력체계도 강화한다. 국가관광전략회의를 국무총리 소속에서 대통령 소속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국가관광전략회의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29일부터 시행된다. 항공·교통·출입국 등 여러 부처에 걸친 관광 현안을 함께 다루기 위한 조치다.

재정 지원도 확대한다. 2027년 관광 분야 정부 예산안은 1조7562억원으로 올해 1조4751억원보다 2811억원(19.1%) 늘었다. 정부는 지역관광 기반 확충과 관광콘텐츠 개발 등에 예산을 집중할 계획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관광 분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년 관광 분야 성과와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관광 분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년 관광 분야 성과와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 5대 지방공항 중심 광역 관광권…4100억원 연계 지원

정부가 지역관광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 수요가 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80% 이상이 수도권을 방문한다. 최 장관은 관광객이 현재 속도로 늘면 수도권 관광지의 혼잡이 심해지고 숙박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방은 관광객을 추가로 유치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지방공항을 통한 외국인 입국도 늘고 있다. 최 장관에 따르면 올해 김해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청주공항은 60%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는 김해·대구·청주·무안·양양 등 5대 지방공항을 중심으로 주변 도시와 관광지를 연결하는 광역 관광권을 조성한다. 공항에 도착한 외국인이 서울로 이동하지 않고 지역에서 관광과 숙박,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여행 동선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관계부처와 지방정부의 협업·연계 사업으로 약 4100억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반영했다. 지방공항 관광권 조성과 연계되는 여러 부처 및 지방정부 사업을 포괄한 규모다. 규제 특례와 인공지능(AI) 기술 실증도 함께 지원한다.

이 가운데 지방공항 중심 관광권 사업 예산은 국비 659억원과 지방비 276억원을 합친 935억원이다. 국비는 관광권 공동 브랜드 구축과 해외 홍보에 180억원, 지방공항 연계 관광객 유치 및 크루즈 기항지 관광 활성화에 143억원을 배분했다. 교통·결제 편의 개선에 149억원, 특화 관광콘텐츠 발굴과 한류 관광 활성화에 187억원도 편성했다.

지역관광 지원 방식도 바꾼다. 그동안 개별 지방자치단체가 관광콘텐츠를 기획하고 정부가 공모를 통해 지원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사업이 여러 지역에서 반복되거나 인접 관광지와 연계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최 장관은 지자체별로 관광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유사한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서로 연결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광역·기초자치단체별로 나뉜 버스 노선과 교통체계도 관광객의 지역 간 이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새 관광권은 관광객의 이동 경로를 기준으로 설계한다. 공항에서 출발해 인근 도시와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정에 맞춰 여러 지자체가 관광상품과 교통편을 함께 개발한다. 개별 관광지에 대한 지원에서 벗어나 여러 지역을 하나의 여행권역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숙박시설 확충에도 나선다. 지역 대형 호텔 건립을 위한 융자 지원에 1523억원을 편성했다. 숙박 정보 통합 플랫폼 구축에 16억원, 숙박업 품질 평가와 컨설팅에 40억원도 배정했다. 일반·생활숙박업과 관광숙박업의 관리체계를 정비하기 위한 법률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관광콘텐츠에도 예산을 투입한다. 전통시장 관광 활성화에 72억원, 지역 음식거리와 문화관광을 연계하는 K푸드로드에 25억원, K팝 공연과 드라마 촬영지를 활용한 관광상품 개발에 58억원을 편성했다.

◆ 국제선 늘려도 관광객 없으면 적자…지역관광 수요 확보 숙제

지방공항 중심 관광권이 확대되려면 안정적인 국제선 수요가 필요하다. 국제선 운항이 늘더라도 외국인 입국객이 충분하지 않으면 항공사가 노선을 유지하기 어렵다. 공항에서 관광지까지 이동할 교통편이 부족한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최 장관은 지방공항에 많은 비용을 들여 시설을 갖추더라도 이용객이 없으면 항공사들이 적자를 이유로 노선을 줄이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항 시설 확충과 함께 외국인이 지역을 찾을 만한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선 확대가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에 치우칠 경우 지역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 지방공항과 관광지를 연결하는 교통편을 확충하는 동시에 KTX·시외버스 등 기존 교통망을 활용한 지역 접근성 개선도 필요하다.

정부는 지방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박비와 관광콘텐츠를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최 장관은 방한객 중 20·30대 비중이 49%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지역 관광상품이 젊은 여행객의 지방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철도·버스 교통망과의 연계도 병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방공항을 통한 외국인 입국 수요를 늘리는 동시에 지역에서 숙박하고 주변 관광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교통과 관광상품을 연계할 방침이다. 최 장관은 "지역에 우리가 고유한 콘텐츠를 잘 개발한다면 (관광객이) '난 저기 갈래'라고 할 수 있다"며 지역의 가격 경쟁력과 특화 관광콘텐츠를 활용한 상품 개발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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