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민간소비는 3년 9개월 만에 뒷걸음질 쳤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설비투자 확대와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기업 실적 개선이 가계소득과 소비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2% 감소했다. 민간소비가 감소한 것은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승용차와 가전제품 등 재화 소비뿐 아니라 금융·음식 등 서비스 소비도 줄었다.
내수는 3분기 전체 성장률을 0.9%포인트 끌어올렸지만 가계 소비가 늘어난 결과는 아니었다. 설비투자와 정부소비가 성장률을 각각 0.4%포인트, 0.3%포인트 끌어올린 반면 민간소비는 0.1%포인트 낮췄다.
민간소비가 감소한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두 가지 요인이 지목됐다. 우선 지난해부터 늘던 주식 거래가 7월 이후 주식시장 조정으로 줄면서 금융서비스 소비가 위축됐다. 완성차 제조업체의 전면 파업으로 차량 인도가 지연되면서 승용차 소비도 감소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2국장은 "두 가지 특이요인이 없었다면 민간소비는 0.2% 감소가 아니라 0.4%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는 2분기 소비를 끌어올린 고유가 피해지원금과 가전업계 할인행사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전 분기에 일시적으로 늘었던 소비가 3분기에는 조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은은 10월 들어 승용차 소비가 상당 부분 회복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금융서비스 소비 회복 여부는 주식시장 조정이 언제 마무리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일시적 요인만으로 소비 부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국장은 특이요인을 제외해도 민간소비 개선세가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 부담과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소비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소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를 고려할 때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체 소득 증가와 가계 소비 간 괴리도 드러났다.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 대비 3.4% 증가해 GDP 성장률(1.0%)을 크게 웃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8.8%로 1977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수출품 가격 상승과 수입품 가격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된 영향이다. 하지만 경제 전체의 실질 구매력 증가가 곧바로 가계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1분기부터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늘어난 이익이 배당이나 성과급을 통해 가계에 전달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과 수출 증가에 따른 고용 확대 효과도 상대적으로 작다. 이 국장은 기업소득이 정부와 가계로 파급되기까지는 시차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민간소비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배당과 성과급 지급이 가계소득을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내년도 정부 예산의 이전지출 확대도 소비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 유가가 안정되고 환율 하락으로 수입물가 부담이 줄면 가계의 구매력도 개선될 수 있다. 다만 주식시장 조정이 길어지면 금융서비스 소비 회복은 늦어질 수 있다.
이 국장은 "올해 4분기부터 반도체 기업의 현금배당이 지급되고 내년 1분기에는 성과급이 지급되면서 우리나라 전체 가계소득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민간소비에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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